[edaily 조진형기자] 우리홈쇼핑 대주주인 경방(000050)과 아이즈비전(031310)이 각각 공동 3대주주였던 경남기업과 행남자기의 지분을 인수, 치열한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지분 경쟁은 현재 정대종 우리홈쇼핑 대표이사 등의 거취를 결정할 주주총회를 앞두고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어 경방과 아이즈비전 간 경영권 분쟁이 재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간 지분 경쟁으로 우리홈쇼핑 주가가 급격히 오르는 한편 지분구조가 단순해져 대형 유통업체들의 우리홈쇼핑 인수합병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또한 M&A펀드 등 투자회사들이 기존 우리홈쇼핑 지분을 인수하고 있어 인수합병 논의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대주주간 지분경쟁 본격..주가 `수직상승`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이즈비전측은 지난 12월24일 3대주주인 행남자기가 전량 처분한 우리홈쇼핑 주식 85만9184주(10.74%) 중 42만9184주(5.36%)를 83억6900만원에 매입했다.
아이즈비전이 5만주(0.62%), 아이즈비전 최대주주인 해덕투자개발이 37만9184주(4.74%)를 매입했다. 지난해 6월 아이즈비전 최대주주에 오른 해덕투자개발은 세아그룹 이운열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로 아이즈비전의 우호세력이다. 해덕투자개발은 지난해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현 스포츠토토)의 우리홈쇼핑 보유 지분 4.9%까지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남자기가 처분한 나머지 43만주(5.38%)는 산경M&A캐피탈외 4인이 83억8500만원에 오는 10일 인수할 예정이다. 산경M&A측이 아이즈비전의 우호세력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에 질세라 경방외 1곳은 지난 12월31일 3대주주인 경남기업 보유 전량인 85만9184주(10.74%)를 총 197억6000만원에 사들였다. 경방은 10.74% 중 절반 정도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고 나머지를 사들인 1곳은 아직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경방의 우호세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방과 아이즈비전은 3대주주인 행남자기와 경남기업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치열한 가격 경합을 벌였다. 행남자기가 경방에 우리홈쇼핑 지분매각 의사를 밝혀 주당 1만8000원대에 협상하는 도중 아이즈비전측은 행남자기에 전격적으로 1만9500원을 제시, 인수에 성공했다.
아이즈비전측이 행남자기 지분까지 인수하자 경방은 우리홈쇼핑 공동경영에 힘의 균형이 깨질 것을 우려, 경남기업에 주당 2만3000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해 매입했다.
지난해 아이즈비전이 약 9% 가량을 주당 6000원대부터 1만3000원대까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매입한 것과 비교하면 2~4배까지 오른 셈이다.
◇우호세력 여부에 따라 최대주주 갈려
설립초기 90여개의 주주사로 구성됐던 우리홈쇼핑 지분구조는 대주주를 중심으로 크게 정리됐다. 현재까지는 아이즈비전의 맹렬한 추격속에 경방이 소폭으로 우위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방측 지분은 ▲경방 17.89%(경남기업 지분 5%로 추정) ▲특수관계인(경방유통, 임원 등) 9.3% ▲우호세력 5.73%(경방이 인수한 경남기업 지분 나머지) 등 32.93%으로 보여지고 있다.
아이즈비전측은 ▲아이즈비전 18.49% ▲해덕투자개발 9.64%(행남자기 지분 4.74%, 타이거풀스 4.9% 인수) 등 28.13%을 보유 중이다.
그러나 아이즈비전과 함께 행남자기 지분 5.38%를 사들은 산경M&A캐피탈외 4인이 아이즈비전 우호세력이라면 최대주주는 아이즈비전이 된다.
예전 주요 주주였던 KCC정보통신(5.37%), 시큐리티진돗개(4.9%), 아트박스(4%) 등은 모두 이미 지분을 처분한 상황이다. 최근 설립된 한 펀드가 KCC정보통신 보유지분 5.37% 전량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나머지 지분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대주주들이 이 지분들마저 추가로 인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기타세력이 어느 쪽의 우호세력인가에 따라 최대주주가 달라지게 된다.
◇경영권 분쟁 재연 조짐
최근 경방과 아이즈비전의 지분경쟁은 지난 2002년 법정소송까지 비화됐던 경영권 분쟁의 재현이라는 분석이다.
컨소시엄을 구축해 방송위로부터 TV홈쇼핑 사업승인을 확보했던 양측은 2002년 지분 균형이 깨지고 공동대표체제가 무산되면서 3건의 법정소송을 벌이는 등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아이즈비전의 자회사이자 우리홈쇼핑 지분 2%를 가졌던 부산방송이 경영난 등의 이유로 흥아타이어에 매각되면서 우리홈쇼핑 지분 12.89%를 똑같이 가졌었던 양측은 힘의 균형이 깨졌다.
또 우리홈쇼핑은 애초 양측의 약정대로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출범했으나 방송위의 행정지시에 따라 단일대표체제로 변경됐다. 양측은 교대로 대표를 맡는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지만 경영권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아이즈비전쪽 인물이었던 조창화 초대 사장에서 2003년 현재 체제인 경방쪽 인물 정대종 사장과 아이즈비전쪽 이통형 부사장 체제로 바뀌면서 양쪽은 소송을 취하하며 극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당시 합의는 2003년 말에 있을 후발홈쇼핑사를 대상으로 한 재승인 심사에 앞서 경영권 분쟁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하는 압박감에 따른 미봉책이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경방과 아이즈비전 지분 경쟁은 오는 3월 대표이사 유임 등을 결정할 주총에 앞서 지난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우리홈쇼핑은 지난해 270억원의 경상이익을 낼 정도의 알짜배기 회사로 성장해 양측은 서로 경영 주도권을 갖기 위해 결사적으로 나오고 있다.
경방측은 지난 2년간 정대종 사장 체제에서 흑자가 낸 만큼 정 사장 체제를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고 아이즈비전은 양측이 교대로 대표를 맡기로 한만큼 교체를 주장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지분경쟁은 이사회에서 한 석이라도 많이 차지해 서로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경영권 분쟁이라는 얘기다.
또한 유통업을 하는 경방은 홈쇼핑 사업을 고집하는 반면 아이즈비전은 값만 맞으면 상황에 따라 매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에서도 양측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M&A 가시화 될까
우리홈쇼핑 대주주간 경영권 분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그동안 잠잠했던 인수합병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 장애요인이었던 우리홈쇼핑의 복잡한 지분구조가 대주주를 중심으로 대폭 단순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홈쇼핑 지분 인수에 M&A펀드를 비롯한 각종 투자회사가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M&A 기대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경방과 아이즈비전 간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권 확보를 실패한 쪽이 전격적으로 지분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분 경쟁으로 주가가 지난해보다 2~4배 높게 형성돼 파격적인 거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경방측과 아이즈비전측 지분 합계는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만큼 대주주들의 우리홈쇼핑 매각 여건은 갖춰졌다.
이에 따라 TV홈쇼핑 진출에 관심을 가졌던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께 우리홈쇼핑 대주주들에 접촉했으나 큰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TV홈쇼핑이 지니는 매력이 여전한 만큼 최근 우리홈쇼핑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