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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저감경쟁 피하자" 답합…EU, 폭스바겐·BMW에 1.2조원 벌금

성채윤 기자I 2021.07.09 10:42:51

"능력 있는데 고의로 기술개발 제한…反독점 규정 위반"
EU, 폭스바겐그룹 6800억원·BMW 5000억원 과징금
폭스바겐 "피해 고객 없다" 반박…법적 대응 검토

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 담당 EU 집행위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성채윤 인턴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폭스바겐 그룹(폭스바겐·아우디·포르쉐), BMW 등 주요 독일 자동차 회사 4곳에 8억 7500만유로(한화 약 1조19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디젤자동차 배출가스 정화 기술 개발과 관련해 담합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EU 집행위가 새로운 기술 사용 제한을 이유로 담합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이날 디젤자동차 배출가스 정화 기술 개발 경쟁을 피하고자 담합했다는 이유로 BMW에 3억 7300만유로(약 5074억원), 폭스바겐·아우디·포르쉐를 소유한 폭스바겐 그룹에 5억 200만유로(약 6836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담합에는 다임러까지 포함해 총 5개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가 참여했으나, 다임러는 담합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EU 집행위에 알려 과징금을 피하게 됐다.

앞서 이들 자동차 업체들은 디젤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장치인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 개발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009년 6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5년 동안 정기적으로 회의를 가져 왔다. 하지만 이 회의는 본래 취지와 달리 각사가 관련 기술 경쟁을 피하기 위한 담합의 장으로 변질됐다. 실례로 ‘애드블루’(AdBlue)로 알려진 요소수 탱크 크기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요소수는 디젤차의 SCR 시스템에 사용되는 촉매제로,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EU 집행위는 모든 당사자가 이같은 담합에 관여한 것을 인정했으며, 합의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 담당 EU 집행위원은 “이 5개 자동차 제조사는 EU 배출 기준 아래에서 법적으로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유해 배출가스를 줄일 기술을 보유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러한 기술을 최대한 이용하려 하지 않고 고의로 경쟁을 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기술이든 기업들이 해당 기술의 효용 증대를 위해 협력하는 것은 허용된다. 하지만 최대한의 잠재력을 ‘제한’하기 위한 조율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은 “EU 집행위가 기술적 협력을 반(反)독점 위반으로 취급한 것은 처음이다. 피해를 본 고객이 없는데도 과징금이 부과됐다”며 법적 대응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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