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지난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을 주도했던 영국이 올해에는 존재감을 잃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우려에 발목 잡힌 모습이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영국 기업이 포함된 M&A 규모는 576억달러(약 67조1155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0% 급감했다. 전 세계 M&A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에 그쳤다.
지난해만 해도 네덜란드와 영국 합작법인인 로열더치셸이 영국 에너지 기업인 BG그룹을 520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영국이 대규모 M&A의 본산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눈에 띄는 M&A는 런던증권거래소(LSE)그룹이 독일의 도이체뵈르제를 210억파운드에 주식인수키로 한 것 정도다.
유럽 투자은행 한 관계자는 “브렉시트가 영국뿐 아니라 유럽에서의 M&A 활동에 실제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인수 대상 기업이 세계 최대 단일 시장에서 빠질지 남을지 모르는데 어느 누가 인수하고 싶겠나”고 반문했다.
유럽 내 차입매수도 시들해진 상태다. 유럽 M&A는 1년 전에 비해 24% 감소했다. 사모펀드들은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요인으로 브렉시트 우려를 꼽았다고 경영자매수리서치센터는 밝혔다. 빌헬름 슐츠 씨티그룹 M&A 헤드는 “영국의 EU 탈퇴할 경우 유럽에서 M&A를 하는 것은 상당히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반면 오는 23일 시행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잔류로 결정되면 그동안 보류했던 M&A가 줄줄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특히 브렉시트 우려로 파운드화가 급락한 만큼 영국 기업 인수가도 낮아져 다국적 기업들이 싸게 영국 자산을 살 기회로 여길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