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기자] "결과만 예측하고 사업을 시작한다거나, 이익만을 생각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업은 진정한 의미의 사업이 아니다"
고(故) 조중훈 회장이 지난 1969년 만성적자를 내던 국영 대한항공공사 인수 당시 공기업 인수를 반대하는 임직원들을 설득한 내용이다.
정부는 60년대말 적자 경영을 면치 못했던 20여기의 크고 작은 국영 기업체들을 민영화하기로 하고 가장 고전하고 있던 대한항공공사 민영화를 추진했다.
대한항공(003490)은 당시 누적 적자만 27억원, 아시아 지역 11개 항공사 가운데 꼴찌. 노후된 항공기 8대로 잦은 고장과 결항, 연착 등으로 회생이 불투명했던 항공사 인수에 선뜻 나서는 기업은 없었다.
민간에서 항공사업을 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했던 시절. 운송업에 뛰어들면서부터 항공사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던 조중훈 회장에게도 대한항공공사 인수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구형 프로펠러기 7대와 제트기 1대로 출범한 대한항공은 40년 만에 항공기 130대를 보유하게 됐다. 매출은 1969년 17억 원에서 지난 해 사상 최초로 10조 원을 돌파해 6000배 이상 성장했다.
◇"KAL 타고 왔수다"..국력의 표상
"대한민국 만세" 1972년 4월 19일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 대한항공 여객편이 처음으로 바퀴를 내린 그 순간. 태극기를 흔들고 있는 교민들이 내지른 함성이었다.
대한항공은 1971년 4월 L.A.에 화물기를 취항한 데 이어 이듬해 서울~도쿄~호놀룰루~ L.A.에 정기 여객 노선을 주 2회 취항, 국제적인 항공사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1972년 4월 19일 대한항공은 서울을 출발해 도쿄와 하와이 호놀룰루를 거쳐 LA에 안착했다. 태평양을 횡단한 이 비행은 한국 민항역사상 처음이다.
이어 1973년 10월 서울~파리 노선에 화물기 취항하면서 유럽 하늘길을 열었고, 우리 기업들의 유럽시장 진출을 도우며, 본격적인 글로벌 노선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중동노선 진출, 리기업들이 성장을 지원했다. 75년 말 바레인 운항 허가를 취득한 데 이어 77년에는 중동 최대의 산유국이자, 최대 항공시장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정기노선을 개설했다.
또 1986년 서울~뉴욕 노선 개설, 1988년 서울~런던 노선 개설, 1990년 서울~시드니 노선 개설 등 5대양 6대 주에 차례로 취항하며, 전 세계 교민들에게 긍지를 심어주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는 대한항공이 대형항공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도약의 기회가 됐다.
대한항공은 1990년 모스크바 노선과 1994년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을 개설하며, 구 공산권 국가로 글로벌 노선망을 확대해나갔다. 1994년 마침내 죽의 장막으로 불리던 중국 베이징 노선에 취항하며, 성장을 위한 중요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1993년 중국 민항기 송환과정에서 대한항공이 보여준 협상력과 중국 측극적인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조중훈 회장이 협상과정에서 보여 준 명언들은 아직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국가 경제 및 외교의 물꼬를 튼 대한항공 40년
대한항공은 우리나라의 경제와 외교사의 발전에도 기여해왔다.
1970년대 북한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프랑스의 힘이 필요했던 정부의 요청에 따라 대한항공은 당시 영국, 독일, 스페인 등 유럽 4개국에서 공동 개발한 에어버스사의 A300 항공기를 전격 구매했다.
당시 막 개발된 에어버스 항공기는 성능 파악이 제대로 안되었으며, 타국 항공사들은 물론 자국 항공사인 에어프랑스 조차 주문을 하지 않고 있던 상황. 대한항공이 A300 항공기 구매 결정은 타 항공사들에게도 구매의욕을 촉진시켜 에어버스에 큰 도움을 주었으며, 한·프랑스간 외교에 물꼬를 트기도 했다.
몽골과도 B727 여객기 한대를 무상으로 기증하며 한국~몽골간 경제교류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끊임없는 도전..초일류 항공사 한 걸음 더
대한항공은 미래를 내다보며 과감한 투자를 해왔다. 1979년 제2차 석유파동과 1980년대 들어 미국이 시행한 항공자유화 정책, 그리고 1997년 말 IMF 외환위기, 2000년대 들어서 9.11테러와 사스, 최근 고유가 위기까지 숱한 위기 상황을 겪어오면서도 대한항공은 위기에 위축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통해 환경변화에 대처해왔다.
대한항공은 절대 안전 운항체제를 기반으로 최첨단 항공기 및 기내 설비 업그레이드, 글로벌 시장 확대 등을 통해 2019년까지 세계 글로벌 톱 10 항공사로 성장하겠다는 장기 발전을 수립했다.
유니폼 및 항공기 기물, 인테리어 교체, 기내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강화 등 새로운 기업 이미지를 위한 작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5월에 도입하는 B777-300ER 항공기에 세계 최정상급의 명품 좌석을 장착해 서비스할 예정이다.
또, 남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북유럽 등으로 지속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한편 A380, B787 차세대 항공기, B737NG 등 최신형 항공기도 지속해서 들여올 예정이다.
아울러 안으로는 내부 인적 자원 시스템 개선과 전사적인 ERP 도입 등 혁신으로, 밖으로는 중국 텐진 화물터미널 건설 우즈베키스탄 나보이 국제공항 참여 물류센터 건설 등 신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40년을 넘어 세계 항공 시장을 이끄는 명품 항공사로서, 100년 역사를 준비하는 대표 기업으로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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