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은 이기영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동거녀 살인 혐의를 확실히 입증하기 위해선 시신을 찾아야 하는 만큼 수색 작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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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작년 12월 27일부터 A씨 시신을 찾기 시작해 이날 수색 13일째를 맞았지만,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이기영이 시신을 묻었다고 주장한 건 지난해 8월 7일쯤인데 경찰은 당시 내린 폭우로 시신이 한강으로 유실됐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또 이기영이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기영은 지난 6일 시신 수색 당시에는 땅을 파는 수사관들에게 “삽을 줘보라”며 훈수를 두는 장면이 공개됐다. 그는 “삽을 반대로 뒤집어서 흙을 파내야 한다”며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기영은 처음엔 강에 시신을 버렸다고 했다가 묻었다고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특히 ‘시신 없는 살인’은 무죄 가능성도 있어 수사기관에서 이기영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시신을 찾아야 한다. 이기영이 A씨 살해와 유기 사실을 자백했지만,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의 자백만으로는 증거 능력이 없다.
살인사건에서 시신이 없는 경우, 살인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게 일반론이다. 시신이 살인의 직접증거인데 이를 찾지 못하면 구체적인 범행 수법, 사망 시각 등을 밝혀낼 수 없는 ‘증거 없는 경우’에 속해 사인 등이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라도 계획범행이 입증되거나 간접증거가 종합적으로 고려되면 살인 혐의가 인정되기도 한다. 2019년 펜션에서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 사건이 유죄를 받은 게 대표적이다.
이기영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도 동거녀 A씨 시신을 못 찾아도 이기영 진술과 집에서 나온 혈흔으로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자백하고 정황증거가 뒷받침되는 경우에 살인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고 있다.
경찰은 시신을 못 찾을 경우를 대비해 혐의 입증을 위한 추가 증거와 목격자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기영에 대한 심리분석을 진행하는 등 수사를 이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