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를 둘러싼 ‘정부 책임론’을 놓고 광장은 갈라졌다. 특히 정부의 미흡한 대응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정부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형국이다. 이에 보수진영은 ‘정부 엄호’를 위한 집회로 맞대응하면서 주말 거리가 또 인파로 채워졌다.
국가애도기간의 마지막날인 지난 5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선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 책임을 묻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과 종교 단체들이 주최한 집회로, 주최측 추산 6만명이 모였다. 이들은 정부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원인 분석과 책임 규명 △책임자 처벌 △개선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집회 도중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부·여당 인사들을 거론하며 욕설을 뱉는 등 강력히 불만을 드러내는가 하면 “국민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윤석열은 퇴진하라”, “퇴진이 추모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문구가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등학교 고(故) 장준형군의 아버지 장훈 4·16 안전사회연구 소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들었던 촛불은 정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것인가”라며 “일상이 완전히 무너지고 대형 참사가 반복되지 말자고 들었던 촛불 아니었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다음날인 6일엔 전국 중·고교생 1511명이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와 전국 중고등학생대표자·학생회협의회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중고등학생 시국선언’을 열고 “중고생을 향해 탄압의 칼날을 휘두르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 오랜 시간 놓아왔던 촛불을 다시금 잡아들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오는 12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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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촛불집회에서 온갖 선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 추모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김은구 트루스포럼 대표도 발언에 나서 “죽음을 이용하려는 이들의 작태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무너진다”며 “안타까운 청년들의 죽음을 이용하려는 세력을 반드시 처단해 대한민국을 흔들려는 시도를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엄호 발언도 이어졌다. 10대 청소년 대표로 발언에 나선 이다은 양은 “무엇보다 사고 발생 후 빠르게 사태를 수습해주신 윤 대통령께 감사의 말씀드린다”며 “평소 이용하신 다리가 아닌 다른 대로로 이용하는 등 구급에 힘쓰도록 한 대통령의 깊은 배려심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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