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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흑사병' ASF 7개월만에 발생…삼겹살 금겹살 되나

이명철 기자I 2021.05.05 16:54:32

영월 돼지농장 확진…광역울타리 밖 감염멧돼지 속출
AI로 달걀 가격 고공행진…ASF 확산시 물가 부담 커져
경기·강원·충북 일시이동중지, 홍남기 “초동방역 만전”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7개월만에 사육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가 다시 발생해 양돈농가가 불안에 떨고 있다. 발생지역이 광역울타리 남쪽인 영월로 바이러스 남하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전염병에 따른 축산물 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ASF 발생은 물가당국으로선 대형 악재다. 정부는 ASF 발생지역 일대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리며 초동 방역에 나서는 한편 수급 불안정에 대비할 계획이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강원도 양양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검출 지점 인근 울타리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야생멧돼지 1300여건 발생, 농장 유입 우려↑

5일 ASF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4일 멧돼지 방역대 농장의 돼지 폐사체 검사 과정에서 강원 영월군에 위치한 돼지농장에서 의심가축을 확인해 정밀검사를 벌인 결과 이날 ASF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사육돼지 ASF 감염은 지난해 10월 화천 지역에서 두건이 발생한 이후 7개월만이다. 돼지농장에서 ASF는 오랫동안 발생하지 않았지만 야생멧돼지에서 감염이 지속됐다. 4~5월은 봄철 출산기로 멧돼지 개체수가 늘어나고 활동 반경이 넓어지는데다 영농활동도 활발해지면서 농장 유입 우려가 높은 상황이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기준 야생멧돼지 ASF 발생은 1312건에 달한다. 특히 이번에 ASF가 발생한 영월 지역은 야생멧돼지 이동을 막기 위해 설치한 광역울타리를 벗어난 지역이다.

영월은 대규모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충북(61만마리)·경북(149만마리)지역과 맞닿아 바이러스의 남하 우려가 크다. 지난달 20일에는 강원 홍천에서 ASF에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처음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ASF가 다시 확산할 경우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 물가 부담을 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AI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산란계(알을 낳는 닭) 살처분으로 공급이 줄어 달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말 기준 달걀 한판(30개) 소비자가격은 7280원으로 평년보다 37.7% 비싸다.

ASF 확산으로 일시이동중지 명령이 발동하면 돼지고기 유통이 차질을 빚는데다 추가 확산 등으로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질 경우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통계청의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기 돼지 사육마릿수는 전년동기대비 0.5%(6만2000마리) 줄어든 1114만7000마리로 조사됐다.

ASF가 처음 국내 발생한 2019년 9월 삼겹살 소매가격은 kg당 2만560원으로 전월대비 8.7% 오른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여파로 가정 내 음식료품 수요가 늘면서 5월 현재 2만4000원대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홍남기(가운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SF 관계장관회의 “현장 방역조치 철저히”

중수본은 영월 지역에서 ASF 의심사례가 나타나자 초동방역팀·역학조사반을 급파해 외부인·가축·차량의 농장 출입통제, 소독, 역학조사 등 긴급 방역 조치했다.

또 5일 오전 11시부터 7일 11시까지 48시간 동안 경기·강원·충북 지역의 돼지농장, 축산시설(도축장·사료공장 등), 축산차량 대상으로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발령 중이다.

일시이동중지 기간 동안 중앙점검반을 구성해 명령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돼지농장, 축산 시설·차량 등 일제 소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일시이동중지 명령 위반 시에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57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게 된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이날 ASF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범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홍 총리 대행은 “영월 지역은 지난해 12월 31일 야생멧돼지에서 처음으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후 방역을 강화했음에도 사육농장에서 발생해 안타깝다”며 “발생농장 돼지 살처분, 경기·강원·충북지역 일시이동중지명령 등 매뉴얼에 따른 초동방역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홍 총리대행은 농림축산식품부에 철저한 역학조사로 전파 원인을 밝혀내 추가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대응하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통제 초소와 거점별 소독시설 운영 점검 등 현장 방역조치를 철저히 이행할 것을 당부했다.

환경부에는 발생농장 인근 2차 울타리와 광역울타리를 신속 점검해 보강하고 야생멧돼지 폐사체 수거와 오염원 제거·소독에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정부는 돼지고기 수급이나 가격 안정 방안도 강구할 계획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돼지고기는 통상 4~9월 수요가 늘고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이며 4월 하순 도매가격(kg당 4774원)도 평년보다 6.8% 정도 높은 수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향후 출하 동향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자조금을 활용한 할인행사 등 수급 안정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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