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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남중국해 분쟁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전쟁을 불사한다는 표현을 썼다고 폭로했다. 이 발언의 사실 여부를 떠나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중국과 필리핀의 우호 관계가 얼어붙을 전망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자국 내 한 행사의 연설 중 이 발언을 예고 없이 터뜨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이 전했다. 두테르테의 발언에 따르면 그는 최근 시 주석과의 만남에서 “남중국해는 우리 땅이며 이곳에서 원유를 시추할 것”이라며 “중국은 자신의 영토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에 “중국은 필리핀과 다투길 원치 않으며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서도 “이 문제(원유 시추)를 강행한다면 우리는 전쟁을 하게 될 것(we will go to war)”이라고 답했다.
시진핑이 실제 이같이 말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두테르테가 이전부터 부정확하고 과장된 발언을 일삼아 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달 초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간청(behest)에 시 주석에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했지만 미 외교부는 두테르테가 먼저 제안했고 트럼프가 동의한 사안이라고 정정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도 언론의 사실 여부 확인에 응하지 않았다. 중국은 이전에도 두테르테의 비난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었다. 두테르테는 시 주석과 언제 어디서 이 얘기를 했는지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둘은 지난 14~15일 중국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급 회의에서 만난 일이 있기는 하다.
한편 남중국해는 중국이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브루나이 등 이곳에 접한 거의 모든 국가와 영토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해 7월 국제기구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으나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이곳 이해관계자 사이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