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진우기자] 이명박 정부가 브레이크를 걸었던 참여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이 사실상 그대로 추진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혁신도시로 이전하기로 한 공기업도 지방 이전을 조건으로 민영화된다. 사실상 당초 참여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을 거의 손대지 않고 그대로 시행하기로 한 셈이다.
정부는 21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다만 공기업들이 혁신도시로 이전한 후에도 기업들의 추가 유치 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 부분은 지방자치단체가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혁신도시 정책은 지방 분권 정책을 기초로 한 참여정부의 작품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지방분권정책을 실패작으로 규정하고 혁신도시는 자족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언급하면서 혁신도시 정책의 중단이나 수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었다.
이날 균형발전위원회 관계자는 "당시 대통령의 언급도 혁신도시를 현실화하기 위해 실질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는데 혁신도시를 안한다는 식으로 오해가 커졌던 것"이라며 "계획대로 진행은 하되 지역별 특색을 감안하고 전국의 광역경제권 계획과 연계해서 지자체가 보다 세부적인 안을 만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참여정부가 계획한 혁신도시는 그대로 추진하되 새 정부는 혁신도시에 담을 내용물은 유연성있게 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상철 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혁신도시에 공기업들이 예정대로 이전돼더라도 혁신도시를 20% 밖에 못 메운다" 면서 "나머지 80%를 어떻게 메울것인가를 놓고 광역경제권과 연계해서 임대산단 등을 만드는 방법 등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혁신도시들의 경우 이미 땅값이 많이 올라 기업들의 공장 이전이 어려워진 상황을 감안해 개발이익을 활용한 산업용지 저가 공급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 위원장은 "대구광역시도 테크노파크가 있고 5Km 떨어진 경산시에도 경북 테크노파크도 있다"면서 이렇게 중복된 산업기능을 통합하면서 광역경제권 단위의 산업 입지정책을 펴겠다"고 설명했다.
민영화될 공기업도 당초 예정대로 지방이전을 하는 것을 전제로 민영화한다는 점을 확실히 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런 조건으로 인해 공기업 매각가격이 낮아질 수도 있지만 정무적으로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혁신도시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한 것은 이미 상당부분 토지 매입이 이뤄졌다는 현실적 제약과 함께 혁신도시 정책의 수정을 '지방 홀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여론을 다독일 필요를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 완화보다 지방 경쟁력 확보를 우선시하고 민영화될 공기업도 지방 이전을 전제로 민영화하겠다는 뜻은 매우 정무적인 판단이 들어간 것"이라며 사실상 정치적인 이유로 결정된 방향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