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좌동욱 온혜선 기자] 25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은 엄숙하고 장엄한 가운데 치러졌다. 식전 행사에서 다채롭고 흥겨운 '볼거리'들이 준비된 것과 대조를 이뤘다.
행사가 치러진 국회 본청 앞은 전국 8도와 외국에서 온 5만여명의 참석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삼엄한 경호 탓에 식전행사가 시작되는 오전 10시가 넘도록 입장하지 못한 참석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첫해인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한다"며 향후 국정 운영의 포부를 밝혔다.
◇ 李대통령, 36분간 취임사
○…오전 10시52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부부를 태운 승용차가 사이드카의 호위를 받으며 국회 본청 앞에 도착했다. 복장은 양복에 연한 하늘색 넥타이 차림.
차에서 내린 이 대통령은 본청 앞에 마련된 연단까지 200여미터를 걸어서 이동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거나 고개를 숙이며 답례하는 모습. 역대 취임식에서 대통령 전용차로 연단까지 이동한 관례를 없앴다.
곳곳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으나 국악과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진 `신(新) 수제천'이 울려퍼지면서, 전체적으로 장엄하고 엄숙한 분위기.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대통령 취임사는 약 36분간 진행됐다. 취임준비위는 25~30분 정도로 예상했으나, 연설 중간 중간에 박수 갈채가 터지면서 시간이 길어졌다. 말을 오래 하지 않는 이 대통령의 특성을 감안하면 장시간 연설인 셈.
취임사에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5년간 수고하신 노무현 대통령께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말해, 노 대통령의 가는 길을 축하했다. 노 대통령은 목례로 인사.
습관대로 이날 이 대통령은 준비된 취임사 원고를 그대로 읽어 나갔으나, 추운 날씨 탓에 발음이 꼬이기도. 취임사는 류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가 총괄했으며,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이 3차례 독회를 갖고, 내용을 수정했다는 후문.
◇ 5만여명 참석, 국회 앞 사거리 '북새통'
○…취임식장에는 전직 대통령과 3부 요인을 비롯해 각국 국가원수, 최고경영자(CEO), 일반 국민 등 약 5만명이 참석, 호황을 이뤘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입장이 시작됐으나, 경호 문제로 일일이 소지품을 검사하는 탓에 참석자들의 입장이 늦어졌다. 식전 행사가 시작된 오전 10시경에도 입장을 기다리는 참석자들의 줄로 국회 앞 사거리를 가득 메운 모습.
○…'국민을 섬기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새 정부 '슬로건'에 따라 행사연단은 패션쇼 무대처럼 'T자형'으로 설계됐다. 국민과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겠다는 취지. 연단 높이도 과거보다 1미터 가량 낮췄다. 장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수위 관계자들의 좌석도 연단 위에 마련하던 관례를 없애고 연단 좌하단에 위치시켰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 연단 위에 올랐다가, 행사 요원들의 도움을 받고 연단 아래 지정석으로 내려가는 모습.
○…취임식에 앞서 열린 식전행사에는 풍성한 볼거리들이 준비됐다. 전통 타악기 공연을 시작으로 국립국악 관현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국립국악원의 연주가 이어졌다.
가수 김장훈씨가 '우리 기쁜 날'을 열창하면서 분위기는 최고조로 치닫았다. 사물놀이패와 비보이 축하 퍼포먼스가 어울어지면서 흥겨운 축제 한마당이 연출됐다.
식전행사 사회를 본 방송인 김제동씨는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연단 높이를 1미터 낮추고, 사회자도 최단신으로 골랐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 李대통령, 맞춤법 또 틀려
○…이 대통령은 25일 취임식에 앞서 국립현충원에 들러 참배를 마치고 방명록을 남겼으나, 맞춤법을 또 틀려 '눈총'.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국민을 섬기며 선진일류국가를 만드는데 온몸을 바치겠읍니다. 대통령 이명박"이라고 적었는데, '바치겠읍니다'는 '바치겠습니다'의 오기다.
이날 행사는 방송 3사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6월에도 국립현충원 방문록에 "번영된 조국 건설에 모든 것을 받치겠읍니다"라고 써, 맞춤법에 맞지 않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당시 소설가 이외수씨는 "한글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분"이라고 이 대통령을 비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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