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종합시황)"잔 매"에 무너진 시장..트리플 약세

정명수 기자I 2000.10.23 17:45:32
국내외의 고만고만한 악재가 다시 불거지면서 주식, 채권, 외환시장이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도 등에 시달렸고, 채권시장은 단기과열 우려가 작용했으며, 달러/원 환율도 막판에 급등세를 나타냈다. 새로운 악재가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누적된 "잔 매"에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 ◇주식시장 23일 거래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소폭 순매도로 돌아선데다 주가지수선물이 약세를 보이며 1039억원(매수 151억원)의 프로그램매도 물량이 출회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 대비 17.6포인트 하락한 528.37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39만1000주를 매입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은 이를 매도기회로 활용했다. 외국인은 매수, 매도가 엇갈리는 모습이었으나 삼성전자를 275억원 순매도 했다. 삼성전자는 하루 상한가로 마감하고 전일 대비 3.9% 하락한 16만원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현대전자 및 현대계열사에 대한 불안한 전망지속,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을 둘러싼 혼란, 공적자금투입은행의 추가감자 가능성, 연기금 주식투자 차질 등 긍정적인 소식보다 부정적인 소식이 많았다. 외국인들은 이날 127억원을 순매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를 주로 매도한 반면 SK텔레콤(151억원 순매수), 한국전력(52억원), 포항제철(40억원), 주택은행 등 우량은행주, 삼성SDI 등 업종대표주들을 골고루 매수했다. 이날 거래량은 2억6916만1000주, 거래대금은 1조9082억2800만원을 기록했다. 상승종목은 상한가 37개를 포함 194개이며 하락종목은 하한가 18개를 포함 651개다. 업종별로는 음식료와 종금주를 제외하고는 하락했다. 코스닥지수가 재차 80선 아래로 밀렸다. 중동사태의 재악화 우려 및 기업 부도 등 잇단 악재로 투자심리가 다시 냉각됐다. 매수가 크게 위축되는 바람에 거래량은 2억주에도 못미쳤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98포인트(3.61%)하락한 79.64로 마감했다. 전 업종이 약세인 벤처기업과 기타 업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상한가 46개를 포함해 128개에 불과했고 하락종목은 하한가 37개 등 441개나 됐다. 매수세가 크게 감소, 거래량은 이달들어 가장 적은 1억8236만주에 그쳤다. 거래대금은 1조1324억원에 머물렀다. 투자자별로는 외국인들만 17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순매도 규모는 기관 131억원, 개인 17억원, 기타법인 23억원 등이었다. 첨단기술주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정보통신 단말기 생명공학 네트워크장비 보안솔루션 소프트웨어 컴퓨터 반도체장비업체들이 대부분 약세였다. 특히 스탠다스텔레콤과 와이드텔레콤 테라 장미디어 디지탈임팩트 맥시스템 아토 등은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신규등록주들은 창흥정보통신 바이어블이 상한가를 친 것을 제외하고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가야전자 삼천당제약 중앙바이오텍 등은 하한가를 기록했다. 씨티아이가 관리종목 탈피 가능성으로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한올 신안화섬 유원건설 등 관리종목들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수가 약세를 보이자 중소형 개별주들이 약진을 시도했다. 삼천리자전거 지이티 이디 대원SCN 영남제분 소예 마담포라 한성에코넷 동미테크 한올 태광밴드 영실업 대동기어 안국약품 경창산업 대주산업 해룡실리콘 삼아약품 화성 서능상사 보진재 매일유업 신화실크 등이 상한가 대열을 형성했다. 선물시장은 외국인의 매도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나흘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이라기에는 낙폭이 지나치게 컸지만 추가 급락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날 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장중 꾸준히 신규매도 물량을 내놓으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특히 이 부분은 전체 시장심리를 냉각시켜 거래소시장까지 동반 하락으로 이끌었다. 선물 최근월물인 12월물 지수는 전날보다 3.90포인트 하락한 63.70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10일 이동평균선이 지나는 66포인트 중반을 하향 돌파했다. 이날 외국인은 오전 한때 환매물량을 쏟아내며 500계약 가까이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오전 11시가 넘으면서 신규매도를 늘려나갔다. 신규매도 3295계약(신규매수 1106계약)으로 총 1787계약 매도 우위를 보였다. 반면 개인과 투신은 각각 1965계약, 548계약 순매수였다. ◇채권시장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10년물 국고채 입찰 영향으로 수익률이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국고10년물이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낮은 8.35%에 낙찰됐지만 장기국고채의 주수요처인 연기금과 대형보험사가 입찰에 소극적이어서 수익률 추가하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후3시 이후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면서 선네고 거래 채권수익률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일부에서는 3년, 5년물 국고채와 10년물 국고채 수익률이 별개로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고채 10년물 입찰을 의식해 거래가 많지 않았다. 단기간 낙폭이 컸기 때문에 개장초 경계매물이 나왔다. 중동지역의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장막판 환율이 급등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10년물 국고채 4000억원 입찰에는 29개 기관에서 1조7780억원이 응찰했다. 낙찰수익률은 8.35%로 8.35%에 응찰한 기관은 응찰금액의 약 83% 정도 부분낙찰을 받았다. 응찰규모가 크고 낙찰수익률이 시장 예상보다 5bp이상 낮았지만 정작 장기물 국고채의 수요처인 연기금과 보험사는 입찰에 소극적이었다. 입찰직후 10년물 국고채(2000-14호)는 선네고 형식으로 낙찰수익률보다 1bp 낮은 8.34%에 일부 거래가 이뤄졌으나 8.33~8.34%에 매도 호가가 상당수 나왔다. 5년물 국고채 2000-13호도 8.08%에서 8.06%까지 매도호가가 내려갔으나 매매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2000-13호는 8.09%로 호가수준이 다시 올라갔다. 3년물 국고채 2000-12호도 7.80%에서 7.84%로 상승했다. 증권협회가 고시하는 3년물 국고채와 5년물 국고채의 최종호가수익률은 전주말과 같은 7.79%, 8.09%로 마쳤다. 2년물 통안채는 1bp 오른 7.57%, 3년물 회사채 AA-등급은 전주말과 같은 8.68%, BBB-등급은 1bp 오른 11.75%로 마감됐다. 국채선물은 하루종일 소폭 등락을 거듭하다 결국 전주말보다 0.08포인트 떨어진 99.28포인트로 거래를 마감했다. 선물시장은 국고채 10년물 입찰에 주목했지만 입찰 진행상황보다는 장막판 주가의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날 선물시장에서 12월만기 국채선물은 전주말보다 0.01포인트 낮은 99.35포인트로 거래를 시작, 99.23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중동사태 악화와 현물금리 상승 등이 국채선물을 밑으로 끌어내린 요인들이었다. 대기하고 있던 매수세가 유입되며 번번이 국채선물을 제자리로 밀어올리곤 했다. 오후들어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국채선물은 국고채 입찰에서 응찰규모가 1조7000억원에 달하자 매수심리가 살아나 99.37포인트로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마감무렵 주가반락에 따른 매도세로 결국 전주말보다 0.08포인트 낮은 99.28포인트로 이날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현·선물이 모두 과열됐었다는 인식에 신규계약보다는 전환매 중심의 거래가 이어지면서 일중등락폭은 0.14포인트에 불과했다. 시장참가자들은 내일을 점치기 힘든 상황에서 보유포지션을 줄이려는 모습이 뚜렷했다. 포지션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에 일어남에 따라 미결제약정은 크게 감소해 전주말보다 1576계약 줄어든 1만2372계약을 기록했다. 총거래량은 7395계약. ◇외환시장 달러/원 환율이 지난주말대비 10원이나 폭등한 1138.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달러공급우위일 것으로 예상했던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장마감직전 달러매수에 매달리면서 환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동남아 통화의 급락, 국제유가 상승, 주가하락등 외환시장 주변의 불안요인들이 증폭되고있다. 이날 환율은 장 마감 직전 지난 주말보다 11원이나 높은 1139.50원까지 급등하기도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지난 20일보다 1.50원 낮은 1130원에 거래를 시작, 개장직후 1128원을 잠시 기록한 뒤 꾸준히 오름세를 타며 10시2분쯤 1132.80원까지 상승했다. 지난주말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1130원대에서 환율이 형성되는 등 역외세력의 달러매수세가 여전했던데다 중동평화회담 중단소식, 주가하락 등으로 불안심리가 되살아났다. 이후 한동안 1130.70~1131.80원범위를 오르내리던 환율은 다시 달러매수세가 강해지며 1132.70원으로 오전거래를 마쳤다. 1132.50원에 오후거래를 재개한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탄 환율은 강력한 달러매수세로 1135, 1136원선을 잇따라 무너뜨리며 급등세를 보였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마감된데다 태국 바트화가 급락하면서 시장심리는 달러매수쪽으로 급격히 쏠렸다. 이후 환율은 4시23분쯤 1139.50원까지 급등한 뒤 지난 20일보다 10원 높은 1138.5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기업들의 네고물량 공급이 예상에 못미쳤고 외국인들의 주식매수자금공급도 당초 예상치인 1억달러를 훨씬 밑도는 4000만달러 안팎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달러공급요인이 약했던데 비해 결제수요가 꾸준히 나왔고 은행권이 특히 달러매수에 적극적이었다. 당국은 마감무렵 환율이 폭등세로 돌변하자 "최근 무역수지 추이등을 감안할 때 지나친 위기감으로 인한 외환시장의 단기간내 불안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폭등세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오늘 역외선물환(NDF) 시장과 미국증시동향이 내일 환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될 것"이라며 "시장의 불안심리가 의외로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