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영의 메디컬와치]항암제 '키트루다' 집중심사…"나는 못맞나" 환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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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영 기자I 2026.03.11 05:55:03

연간 건강보험 지출 4000억
면역항암제 심사대상 재포함
의료계 치료 위축 가능성 우려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정부가 암 환자에게 처방하는 소위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약의 사용 사례를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건강보험 급여 기준에 맞지 않게 사용하면 의료기관이 수백만원의 손해를 보게 되는데, 의료진이 약 사용을 주저하면서 환자 치료 접근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16종 암에 활용하는 ‘키트루다’…제한사용시 환자부담↑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지난 몇 년간 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적인 신약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항암제가 한 종류의 암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것과 달리 키트루다는 비소세포폐암을 포함해 무려 16종의 암 치료에 활용된다.

키트루다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다. 이를 ‘면역관문억제제’라고 한다.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PD-L1이라는 단백질을 이용하는데, 키트루다는 이 PD-L1과 결합해 면역 회피 기능을 차단함으로써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키트루다는 암종을 불문하고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다만 키트루다는 고가 의약품이어서 환자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약값은 1회 투여에 400만원 이상 든다. 장기간 치료시 약값만 수천만원이 들 수 있다.

다행히 정부는 키트루다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암종별로 계속 확대해왔다. 올해부터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기존 4개 암종에서 13개 암종으로 대폭 확대됐다.

환자에게는 다행이지만 건강보험 재정에는 점차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키트루다의 국내 매출은 약 4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암 환자는 산정특례 제도를 적용받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은 약값의 5%만 부담한다. 이를 감안하면 건강보험에서는 키트루다 하나에만 연간 4000억원 이상을 지출하는 셈이다.

이에 급격한 건보지출 증가를 우려한 당국은 선별집중심사 대상에 면역관문억제제(키트루다와 같은 기전의 약)를 포함시키며 무분별한 약 사용에 제동을 걸었다.

선별집중심사는 진료 경향 개선이 필요한 항목을 선정해 사전 예고한 뒤 요양기관이 자율적으로 적정 진료를 실시토록 지원하는 사전 예방적 심사 방식이다.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벗어나 사용했는지, 급여 기준을 억지로 맞추거나 허위로 맞췄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면역관문억제제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선별집중심사 대상에 포함됐다가 2025년에는 제외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키트루다가 대표적인 면역관문억제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면역항암제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2020년 대비 최근 5년간 급여 지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선별집중심사 선정 기준에 5년간 급여비 증가율이 포함돼 있어 대상에 다시 포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형훈(왼쪽에서 두번째)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국제전자센터에서 진행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건정심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건강보험 급여 대상을 기존 4개 암종에서 13개 암종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사진=보건복지부)
환우들 “치료기회 상실로 이어질까 우려”

의료계는 키트루다를 비롯한 면역항암제가 선별집중심사 항목으로 다시 선정되면서 자칫 삭감 등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의료기관은 약을 사용한 뒤 건강보험에 청구했는데 삭감될 경우 약값을 고스란히 손해 보게 된다.

한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처방 지속 기간 등을 보다 엄격하게 들여다보지 않을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선별집중심사의 취지상 의료진이 면역항암제를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용 감소는 중증 환자의 치료 기회 상실로 이어질 수 있어 환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 암 환자는 “환우회에서는 본인이 기준에 맞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급여를 확대해줘도 모자랄 판에 기준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적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소식이 청천벽력처럼 느껴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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