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은 그 이유로 국내 식품물가가 급등한 점을 꼽았다. 국제연합(UN)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2020~2021년) 한국의 식품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평균 5.2%를 기록해 G5 평균(1.7%)보다 3배 이상 높았다.
한경연은 한국의 경우 주요 농산물을 대부분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등 식량안보 수준이 낮다고 분석했다. 즉 코로나와 같은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발생할 경우 식품물가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곡물 자급률(곡물 소비량 중 국내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9.4%에 그쳐 주요국(미국·영국·일본·유럽연합(EU)+한국) 중 최저 수준이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그룹에서 발표하는 식량안보지수 역시, 한국의 순위는 2022년 세계 113개국 중 39위에 불과했다.
한국은 코로나 기간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이 2019년 4분기 71.2%에서 2021년 4분기 67.3%로 3.9%포인트 감소했다. 이처럼 한국 가계소비 자체가 둔화한 것도 엥겔지수 상승을 유발한다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가계는 소비성향이 악화할수록 내구재 등 비필수적 소비를 줄여나가는 만큼 전체소비 중 필수재인 식료품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식료품 소비지출은 코로나 직전이었던 2019년 4분기 9.9%에서 2021년 4분기 10.7%로 0.8%포인트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자동차(+0.9%포인트) △의류·신발(+0.4%포인트) △통신장비(+0.2%포인트) 등의 내구재 소비는 감소했다.
한경연은 엥겔지수가 높아지면 저소득층의 생계가 특히 어려워진다고 진단했다. 가처분소득의 크기가 작은 저소득층은 식료품 지출 비용이 증가하면 가처분소득 중 식료품 구매를 제외한 다른 목적의 소비로 사용 가능한 자금(가용자금)의 비율이 고소득층에 비해 더욱 크게 하락한다. 식품가격 급등은 저소득층의 식료품 지출 부담 증가는 물론, 식료품 외 지출 여력까지도 크게 낮춰 생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한경연 설명이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식료품 지출 비용 상승률은 저소득층(1분위 가구 기준, 22.6%)이 고소득층(5분위 가구 기준, 20.1%)의 1.1배 수준이었지만, 식료품비 증가에 따른 가용자금 감소율은 저소득층(5.7%)이 고소득층(1.2%)의 4.8배 수준에 달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농산물 자급능력 확충,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한 식품물가 상승 폭을 최소화해 취약계층의 생활비 부담을 완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