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명 육박한 플랫폼 노동 경험자…46만명이 주업으로 한다

최정훈 기자I 2022.12.27 12:00:00

고용부·고용정보원, 2022년 플랫폼종사자 규모 근무실태 결과
플랫폼 노동 경험자 292만명…작년보다 72만명 증가
‘플랫폼 노동이 주업’ 46만명…배달부터 통역까지 다양한 분야
10명 중 6명 이상 ‘계약 체결 없어’…“보호위한 장치 필요”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3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부터 미술, 데이터 입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 노동을 주업으로 삼는 사람도 45만9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10명 중 6명은 노무와 관련된 계약도 체결하지 않는 등 제도적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전국대리운전노조 등 플랫폼노동자 단체들이 플랫폼 노동제도 개선 등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플랫폼 노동 경험자 300만명 육박…다양한 분야로 확대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2022년 플랫폼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플랫폼 노동시장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실시됐다.

먼저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약 292만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220만명)에 비해 72만2000명(32.9%) 늘어난 숫자다. 플랫폼 종사자는 스마트폰 앱이나 웹사이트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중개 또는 알선을 통해서 일감을 얻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입을 얻은 적이 있는 사람을 뜻한다.

직종별 플랫폼 종사자 수(단위:천명)(자료=고용노동부 제공)
이 중 고객만족도 평가 등의 방법으로 일의 배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종사자는 약 80만명으로 취업자(15~69세)의 3.0%에 해당한다. 지난해(66만명)보다 약 13만4000명(20.3%)늘었다. 협의의 종사자는 플랫폼이 대가나 보수를 중개하고, 중개되는 일이 특정인이 아닌 다수에게 열려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한 사람으로 배달·번역 플랫폼 등에서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종사자 중 남성은 74.3%(59만명), 여성은 25.7%(20만5000명)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40대(35.3%)가 전년에 비해 가장 크게 증가했고 △30대(31.0%) △50대(21.5%) 순으로 높았다. 15-19세(△57.19%), 20대(△11.3%)는 감소했다.

종사자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배달·배송·운전 직종으로 51만3000(64.5%)명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비 증가율은 2.2%에 그쳤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가사·청소·돌봄 직종은 지난해 2만8000명 수준에서 올해 5만3000명으로 89.3% 증가했다. 또 미술 등 창작활동, 데이터 입력 등 단순 작업 등 웹 기반형 플랫폼 직종, 전문서비스 등도 일감 증가 등의 영향으로 종사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종사자 중 57.7%(45만9000명)는 주업으로 해당 일을 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대비 47% 증가한 수치이다. 주업형은 플랫폼 일자리 수입이 전체의 50% 이상이거나 주당 20시간 이상 노동을 하는 경우다. 플랫폼 일자리 수입이 전체의 25% 미만이거나 주당 1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간헐적 참가형의 비중은 21.2%로 전년 대비 91.9%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주업형과 간헐적 참가형의 중간 정도인 부업형의 비중은 21.1%로 전년 대비 35.8% 감소했다.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이번 조사에 참여한 김준영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이러한 플랫폼종사자 규모 증가는 코로나19 이후 일하는 방식의 변화, 디지털 경제의 확산 등으로 가사·청소·돌봄, 미술 등 창작활동, 전문서비스 등 그간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노무제공 분야가 점차 플랫폼 노동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며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플랫폼종사자 중에서 배달·배송·운전 직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감소하고, 주업형과 간헐적 참가형으로 플랫폼 노동이 양분화되고 있다는 본 조사의 결과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의 최근 플랫폼 노동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0명 중 6명 이상 ‘계약 체결 없어’…“보호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한편 플랫폼종사자의 근무 현황을 살펴보면, 플랫폼 이용 시 ‘어떠한 계약도 맺지 않았다’ 또는 ‘잘 모르겠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63.4%로 전년(42.3%)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월평균 근무일수와 일평균 근무시간은 전년 대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노동으로 번 월평균 수입은 146만4000원으로 전년(123만1000원) 대비 18.9% 증가했다. 고용보험 가입률은 46.4%로 전년 대비 17.3%포인트, 산재보험 가입률은 36.5%로 전년 대비 6.4%포인트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개월 간 전년 대비 수입 관련 응답률(자료=고용노동부 제공)
플랫폼종사자 중에서 12.9%는 현재의 플랫폼 일자리가 본인의 첫 번째 일자리라고 응답해 10명 중 1명 이상이 플랫폼 노동을 통해서 노동시장에 최초로 진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일자리에서 플랫폼 일자리로 이동한 1순위 이유로는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해서’(62.6%), ‘일하는 시간이나 날짜의 선택이 가능해서’(18.0%), ‘일에 있어서 개인이 더 많은 자율성과 권한을 가질 수 있어서’(6.9%) 순으로 응답 비율이 높았다.

수입 부분을 살펴보면 최근 3개월 동안 1년 전에 비해 수입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48.0%로 수입이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인 24.7%에 비해 약 두 배가 높았다. 직종별로는 배달·배송·운전 직종에서는 수입이 감소했다는 응답률이 과반을 넘은 반면, 웹 기반형 직종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수입이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보다 높았다.

김유진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플랫폼을 매개로 한 다양한 고용형태 증가에도 불구하고 계약도 체결하지 않고 일하는 종사자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등 플랫폼종사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내년부터 플랫폼종사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중심으로 법·제도적 보호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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