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리먼브러더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실시하지 않고 파산보호를 신청하도록 내버려 둔 반면, AIG에 대해서는 수백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지원하며 회생의 길을 열어줬다.
이처럼 다른 해법이 나온 것은 리먼의 파산 위기가 상당 기간 동안 제기돼 온 반면 AIG는 돌발 악재에 가까웠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AIG가 리먼과 달리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긴급 구제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 리먼브러더스 파산 방관
지난 15일(현지시간) 158년 역사의 미국 4위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가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정부는 6개월 전 베어스턴스 사태 당시와는 달리 리먼의 파산을 방관했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정부 당국과 월가 주요 금융기관의 수장들은 리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흘째 릴레이 협상을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들은 미국 정부에 `베어스턴스` 방식의 부실채권에 대한 보증이나 금융지원을 요구했으나 헨리 폴슨 재무장관 등의 반대에 부딛히자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 사실상 정부가 리먼의 파산을 내버려둔 셈이다.
베어스턴스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리먼의 파산을 받아들일 정도의 내성을 갖추게 됐다는 점이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풀이된다.
배리 리톨츠 퓨젼아이큐 대표는 "베어스턴스의 파산은 전체 금융 시스템에 위협을 가할 수준이었지만, 리먼은 자체적인 붕괴 정도로 끝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트 호건 제프리즈앤컴퍼니 애널리스트는 "베어스턴스 사태 당시 시장은 무엇이 어떻게 전개될 지 알지 못했다"며 "현재 시장은 당시보다는 잘 대비돼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리먼에 대한 구제에 나설 경우 정부가 금융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 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와이스 스탠다드앤푸어스(S&P) 애널리스트는 "연준은 모든 금융사를 구제하는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AIG에는 850억불 전격 지원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지켜 보기만 했던 미국 정부는 AIG가 위기에 처하자 재빨리 구제금융에 나섰다.
FRB는 16일(현지시간) AIG에 최대 850억달러 대출을 지원하는 대신 지분 79.9%를 넘겨받는 방안에 합의했다. AIG는 앞으로 2년간 자산을 매각해 정부 대출금을 상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FRB는 당초 AIG에 대해서도 구제금융 지원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하루만에 입장을 바꿨다. 보험사의 특성상 보험 가입자 등 소비자들의 재산이 걸려 있고, 관련 채권 등을 보유한 금융기관들도 워낙 많다는 점에서 AIG 몰락이 전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FRB 고위 관계자는 "AIG에 대한 구제금융을 실시하면서 리먼브러더스를 지원하지 않은 것은 시장이 리먼의 파산에 더 잘 대비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래새드 파카 플레티퍼스자산운용 매니저는 "AIG가 세계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AIG의 파산은 세계 금융의 시스템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한마디로 "AIG는 망하기에 너무 크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리먼과 AIG에 제시한 다른 해법은 구제금융의 기준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