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서프라이즈?"..놀라지 않는 매니저들

배장호 기자I 2007.10.12 13:59:03
[이데일리 배장호 유동주 기자] 12일 발표된 삼성전자(005930)의 3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이에 화답하듯 이날 오전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한때 3% 이상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들은 삼성전자의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에 별로 흥분하지 않았다. 대견하긴 하지만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는 분위기다. 

◇"4분기에는 다시 둔화될 듯"..담담한 펀드 매니저들 

"어려운 업황 속에서 나름 선전했다"는 회사의 자평과 달리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전체로 보면 3분기가 가장 성수기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일 한화운용 상무(CIO)는 "계절적으로 3분기는 신학기가 있는 이른바 `백투스쿨(Back to school) 시즌`이어서 통상 연중 반도체 업황이 가장 좋은 시기"라며 "3분기를 뛰어넘는 4분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운용 이사 역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기대치 이상으로 나오긴 했지만, 4분기 이후부터 업황이 다시 꺾인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3분기가 정점이었고,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익 전망이 어둡다"며 "이번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한 접근도 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주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한국운용의 견해 조차도 4분기 이후 실적 전망에 관한 한 `부정적`인 쪽에 기울어 있다.

김재동 한국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D램 등 반도체 시세 전망이 4분기에 더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LCD 등 여타 부문의 선전에 기대를 걸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3분기보다 실적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나 돼야 턴어라운드"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는 과연 언제 쯤이 될까. 펀드매니저들의 다수 견해는 내년 하반기부터다. 그때까지 수요 회복보다는 공급 과잉이 제품 가격을 억누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영일 상무는 "내년 상반기로 갈수록 수요 회복 기미가 나타날 것이지만, 문제는 수요보다는 넘치는 공급에 있다"며 "과잉 공급 때문에 가격 회복이 빠르게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 중 턴어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소수 견해도 있다. 김재동 본부장은 "내년 3월쯤이면 반도체 회사들의 설비 투자가 줄어 가격 회복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며 "빠르면 1분기 중에 D램 업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언제 사는게 좋을까

그렇다면 펀드매니저들이 생각하는 `앞으로의 삼성전자 주가 전망`은 어떨까.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란 점에서 4분기 실적 전망이 어둡다고 주가 전망도 어둡다 단정하긴 섣부르다.

일단 이번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와 관련해서는 대부분 펀드매니저들이 주가 상승에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허필석 이사는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를 차익 실현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며 "신규 매수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상반기까지는 삼성전자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대부분 전망하고 있어, 기관 투자자들이 보수적 관점에서 당분간 삼성전자 비중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밸류에이션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마다 시각이 조금씩 다르다.

김재동 본부장은 "주가상으로는 고평가라고 보기는 어렵고, 55만선이라면 6개월 전망으로 살 수 있는 가격대"라고 말했다. 이어 "안좋은 뉴스들이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하방 지지력은 분명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김영일 상무는 "절대적인 밸류에이션 수준을 논하기에 앞서 삼성전자의 상대적인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기관 투자가들의 마인드는 여전히 삼성전자를 팔고 철강 조선주를 사는 쪽"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일 상무는 "삼성전자의 턴어라운드가 내년 하반기부터라고 본다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주식을 사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이때쯤 철강 조선업종에 대한 시각 변화 여부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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