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한국에서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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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미영 팀장입니다. 고객님께서는 최저 이율로 최고 3000만원까지 30분 이내 대출이 가능합니다.” 일명 ‘김미영 팀장’이란 보이스피싱 조직을 만들어 사기행각을 벌여온 총책이 9년 만에 붙잡혔다.
코리안데스크는 현지 수사기관과 공조해 2012년부터 필리핀에 콜센터를 개설한 뒤 ‘김미영 팀장’을 사칭해 수백억원을 편취한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50대·남)씨를 지난 4일(현지시간) 검거했다.
박씨는 한 때 ‘민중의 지팡이’로 불리며 시민을 지키는 경찰 간부 출신이다. 한국에서 경찰로 근무하다가 수뢰 혐의 등 문제로 2008년 해임된 박씨는 이후 중국과 필리핀으로 넘어가 범행을 저질러왔다. 그는 대포통장팀, 현금인출팀 등 100여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점조직 형태의 대규모 사기단을 운영해으며, 보이스피싱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가짜 상담원은 한국인을 고용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또 실적에 따라 돈을 줘 조직원들의 경쟁을 붙이기도 했다. 최근 개봉한 보이스피싱 범죄를 다룬 영화 ‘보이스’에 묘사된 내용 그대로였다.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2013년 해당 조직원 28명을 구속하는 등 국내 조직원들을 다수 검거했으나 박씨를 비롯한 주요 간부들은 해외로 종적을 감추고 도피생활을 지속했다. 특히 박씨는 가명을 2개나 사용하는 등 치밀하게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수사 경험이 있는 터라 미행이나 추적을 피하는 데도 능수능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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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박씨가 국내로 송환되는 대로 범죄 수익을 어디에 감춰뒀는지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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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데스크의 성과는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1조3000억원대 사이버도박 운영조직 총책을 검거하고,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사이트 ‘밤의 전쟁’ 운영자를 검거하는 등 매년 중요 국외도피사범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번 검거 역시 경찰청 외사국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현지 코리안데스크의 실황조사 및 사건 급파 등 현장 대응이 빛을 발했다. 특히 사이버도박 운영조직 총책 B씨 검거 작전 당시에는 B씨가 무장 경호원 10여명을 대동했기 때문에, 경찰특공대를 비롯해 약 30명의 경찰·이민청 직원이 투입되는 등 코리안데스크와 현지 수사기관과의 공조체제가 유기적으로 이뤄졌다.
경찰청은 지난 2012년부터 국외도피사범 검거·송환과 한국인 대상 강력범죄 수사 공조를 위해 필리핀에 코리안데스크를 운영해 오고 있다. 필리핀은 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져 범죄자들이 도피하는 주요 국가 중에 하나. 이들은 현지에서 또 다른 범행을 도모해 우리 경찰관을 현지에 파견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10년째 운영 중이다.
필리핀 코리안데스크 파견 이후, 연평균 10명(2013년~2016년)에 달하던 현지 한국인 피살 인원이 연평균 2명 수준(2017년~2020년)으로 감소하고 범죄자는 반드시 검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필리핀 마닐라·카비테· 앙헬레스·바기오·세부·다바오 등 지역에 7명이 근무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의 현장 대응 활약이 있었기에 최근 굵직한 강력범죄 피의자 검거할 수 있었다”면서 “향후 코리안데스크를 태국 등 인근 국가에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