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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난해 위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하던 중 지난 2월 숨졌다. 생모 A씨는 김씨가 태어난 후 1년여를 제외하고는 연락조차 없이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딸의 사망소식을 들은 A씨는 김씨를 간병해오던 계모와 이복동생에게 돌연 연락해 “사망보험금을 나눠달라”고 요청했다. 사망신고 후 자신이 단독 상속자인 것을 알고는 사망보험금과 퇴직금, 김씨가 살던 방의 전세금 등 1억5000만원을 가져갔다.
상속제도를 규정한 현행 민법에 따르면 김씨의 직계존속인 A씨는 제약 없이 김씨가 남긴 재산 모두를 상속받을 수 있다. 상속권 절반을 가진 김씨의 친부가 수년 전 사망했기 때문이다.
A씨는 딸이 사망한 이후 계모와 이복동생이 딸의 계좌에서 결제한 병원 치료비와 장례비 등 5000만원 상당이 자신의 재산이고 이를 부당하게 편취당했다며 소송까지 걸었다.
김씨의 계모 측은 “일도 그만두고 병간호에 매달렸는데 갑자기 절도범으로 몰린 상황”이라며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민법상 상속권이 있는 A씨를 상대로 승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2차례 조정기일을 열었고 A씨가 유족에게 전세보증금 일부인 1000만원 미만의 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후 재판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에 따르면 김씨는 암 판정을 받은 뒤 “재산이 친모에게 상속될까 봐 걱정된다. 보험금·퇴직금은 지금 가족들에게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주변인들에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증받은 유언이 아니어서 효력이 없고, 법정 상속인이 아닌 김씨의 새어머니는 기여분이나 상속재산분할 소송도 걸 수 없는 상황이다.
유족 측 변호사는 “현행법에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부모를 상속에서 배제하는 규정 자체가 없다”며 “유족이 패소하거나 도의적 책임을 적용해 합의를 보는 선에서 끝나는 사건이 많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새어머니가 친자식처럼 키웠어도 법적으로는 ‘의무 없는 일’이어서 양육비 반환 청구 소송도 제기할 수가 없다”며 “이런 법적 공백이 개선돼야 억울한 사례가 덜 생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