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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전 시장과 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 의원 등 5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긴급회동을 한 뒤 오는 27~28일 열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날짜가 겹치는 전당대회 일정을 2주 이상 연기하지 않으면 “12일 후보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배수진(背水陣)을 쳤다. 회동에 참석하지 않은 홍 전 대표는 전화로 동참의 뜻을 나타냈다.
이들은 당이 장소 섭외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난색을 표하는 것과 관련, “장소는 여의도 공원 등 야외도 무방하다”며 “그동안 한 번도 거치지 않은 전당대회 룰 미팅 등도 열어 세부적인 내용을 협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비대위 “동참 호소하는 것 외엔 방법 없다”
당 지도부는 제1야당의 위상과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강경한 입장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런 배경을 적극 전달하면서 설득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서로 사정과 내용을 뻔히 다 아는 데 난감하다”며 “야외에서 전당대회를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리더라는 게 책임과 소신 속에서 선택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본인들 입장에서는 성에 안 차고 억울한 측면이 있어도 동참을 호소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도 ‘전당대회 개최시기 변경 관련 실무 검토 현황’ 보도자료를 내고 연기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외 전당대회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공직선거법 제57조 3항(당내경선운동)은 ‘정당이 당원과 당원이 아닌 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여 실시하는 당내경선에서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방법 외의 방법으로 경선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그 중 하나의 사례로 ‘정당이 합동연설회 또는 합동토론회를 옥내에서 개최하는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이런 조항을 근거로 실외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하면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게 한국당 선관위 설명이다.
또 다른 당 대표 후보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은 당 결정을 받아들이고 계획대로 일정을 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당 안팎에서는 “북미정상회담 시기가 표면적 이유기는 하지만 결국은 당권 구도를 둘러싼 기 싸움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당권 레이스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황 전 총리는 20일도 채 남지 않은 전당대회 일정을 미뤄 굳이 변수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반면 후발주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을 알릴 기회를 넓히는 것이 유리하다.
◇일정연기 논란 “결국 당권 구도 기 싸움”
전당대회를 앞두고 터진 박심(朴心·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 공방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도 한국당에겐 악재라는 분석이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새 지도부를 필두로 다음해 총선승리를 목표로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심 논란의 시작은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접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7일 한 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황 전 총리의 면회를 수차례 거절했다”고 하면서다. 황 전 총리는 자신의 행보에 박심 이슈만 집중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날 출마선언 뒤 처음으로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다만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많은 네거티브들이 있다. 진박 논란에 시련이 닥쳤다고도 한다”며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전날(9일)에도 고(故)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어려움을 당하신 것을 보고 최대한 잘 도와드리자고 했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최순실 특별검사) 수사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지금 얘기하는 문제들보다 훨씬 큰일들을 한 것 아니냐”고 했다.
당 지도부는 “공식입장이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김진태·이종명 한국당 의원이 지난 8일 공동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 행사도 정치권 안팎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 의원은 이 행사에서 “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됐다”고 했고, 같은당 김순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 집단 만들어냈다”고 막말을 쏟아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들에 대한 제명 추진까지 시사했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동참의 뜻을 전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고 해 여야 반발에 기름을 부었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결국 “이미 밝혀진 역사에 대해 거꾸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 일부 의원들 발언이 희생자에게 아픔을 주었다면 유감을 표한다”고 한발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