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기아자동차 스팅어를 만났다.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그 가치를 실제로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과도할 정도로 극찬을 받는 주행 성능이 궁금했다. 어쨌든, 무더위가 조금 가신 듯한 8월의 어느 날, 스팅어의 키를 쥐고 도어를 열었다.
과연 스팅어는 그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까?
기아차의 디자이너들은 스팅어를 화려한 차량으로 다듬었다. 길고 유려하게 그려진 루프 라인 아래 그려진 스포티한 감각이 돋보인다. 전장 대비 긴 휠 베이스와 낮게 깔린 전고가 연출한 유려한 실루엣은 어지간한 유럽산 스포츠 세단 혹은 4도어 쿠페를 압도하는 우수한 심미성을 자아낸다. 전면, 측면 그리고 후면 등 각 요소를 보더라도 그 매력은 여전하다.
스팅어의 디자인은 역시 전면 디자인에 많은 힘이 더해졌음을 알린다. 과감하고 아이코닉한 프론트 그릴과 큼직하게 그려진 에어 인테이크를 시작으로 낮게 깔린 헤드라이트와 세로로 큼직하게 그려진 에어 홀이 더해진 전면 디자인 등이 어우러지며 고성능 모델의 아이덴티티를 거침 없이 드러낸다.
측면은 낮고 길게 이어진 실루엣이 돋보인다. 긴 보닛과 짧게 그려진 데크의 조합으로 이상적인 4도어 쿠페의 감성을 연출하지만 프론트 펜더 뒤족의 디테일이 고급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점이 아쉬웠다. 여기에 깔끔하게 구성된 도어와 스포티한 감각을 연출한 휠과 익스트림 패키지의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이 시각적인 아쉬움을 달랜다.
스팅어의 도어를 열고 실내 공간을 살펴보면 고급스러우면서도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구성이 느껴진다. 운전석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시보드는 중앙에 3개의 에어 밴트를 적용해 메르세데스-베니츠 혹은 페라리의 디자인을 떠올리게 하고 공조 컨트롤 패널은 아우디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대신 대시보드나 스티어링 휠 등의 소재가 상당히 고급스럽다는 점은 분명한 어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도 만족도가 높은 편인데다가 시승 차량의 경우 렉시콘 오디오 시스템을 비롯해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한 익스트림 패키지 등이 탑재되어 있는 만큼 루프는 블랙 스웨이드를 적용해 고급스러운 감성을 살렸고, 렉시콘 사운드의 풍부한 공간감이 실내 공간을 채워 시각과 촉각 그리고 청각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스팅어의 긴 보닛을 열면 깔끔한 구성과 스트럿 바를 더해 강성을 확보한 엔진룸을 확인할 수 있다. V6 3.3L 트윈 터보엔진이 아닌 2.0L 터보 엔진을 탑재한 탓에 엔진룸이 널널하며, 엔진을 최대한 안쪽으로 밀어 넣어 무게 밸런스에 신경 쓴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시대의 트렌드라 할 수 있는 다운사이징 터보 흐름에 맞춘 2.0L 터보 엔진을 품은 스팅어는 최고 출력 255마력(@6,200RPM)을 내며 최대 토크 역시 36.0kg.m(@1,400~4,000RPM)로 준수한 출력을 과시한다. 여기에 8단 변속기와 후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출력을 노면으로 전한다. 한편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9.4km/L로 썩 우수한 편은 아니다.
길고 유려한 실루엣을 과시하는 스팅어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시트와 스티어링 휠을 조절하고 운전 시야를 확인하니 차량의 디자인이나 구성에 비해 운전 시야가 답답하다는 생각이 없어 무척 만족스러웠다. 실내 공간을 충분히 살펴 본 후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시승 차량은 익스트림 패키지 사양이라 주행 시에는 액티브 엔진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데 벨로스터 터보 등이 선보인 인위적인 사운드 보다는 한층 개선된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위적인 감성을 느끼게 되어 살짝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감성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감각이라 할 수 있겠다.
변속기 부분에서는 전체적으로는 만족감이 높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변속 속도도 빠른 편이며 또 변속 시의 체결감도 좋은 편이라 4도어 스포츠 쿠페의 한 부분으로 적용되기에 충분한 존재로 느껴진다. 또 스티어링 휠 뒤쪽에 자리한 패들 쉬프트의 조작에 따른 변속 반응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만큼 빠른 편이다.
차량의 움직임도 다른 매체 및 리뷰어들의 평가에 대체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조향에 따른 차량의 반응이 민첩한 편이며 그 완성도도 높았다. 이전의 기아차의 경우에는 조향 반응이 빠른 차량일 경우 후륜의 움직임이 아쉬울 경우가 많은데 스팅어는 큰 차체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고 일체감 높은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주행 감각이 우수한 편이었으나 효율성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사실이다. 실제 시승을 하며 가양대교 북단에서 당동 IC까지 이어진 자유로, 그리고 당동IC부터 한탄강오토캠핑장까지 이어진 지방도를 달리며 효율성을 확인했는데 자유로에서는 리터 당 15.6km 그리고 지방도에서도 15.6km/L의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트립 컴퓨터 기준)
좋은점: 우수한 패키징과 기대 이상의 주행 성능
안좋은점: 원하는 사양을 고르다 보면 5천만원 육박하는 가격과 다소 아쉬운 효율성
스팅어는 시장의 소문만큼 완성도 높은 차량이었다. 유려한 실루엣과 세련된 디자인을 과시하며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도 눈길을 끈다. 또한 전반적으로 완성도 높은 파워트레인과 주행 성능의 조합은 분명 의미 있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다만 제네시스 G70의 데뷔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기아차 입장에서는 썩 즐거운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