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묘지간' 알리바바-JD닷컴…中 온라인시장 두고 격돌

권소현 기자I 2015.08.17 10:15:54

알리바바 JD닷컴 브랜드 뺏어오기 혈안
JD닷컴 "짝퉁 안심하세요" 역공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지난 4월 잭 마 알리바바그룹홀딩스 회장은 일본 패션그룹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타다시 회장을 개인적으로 만났다. 유니클로 브랜드를 JD닷컴(京東商城·징동상청)을 통해 판매키로 결정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유니클로가 알리바바에 대한 의리를 지켜준다면 알리바바에 입점한 유니클로 판매를 늘리고 클릭을 유도할 수 있는 각종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지난달 유니클로는 JD닷컴에서 철수했다. 표면적으로는 JD닷컴이 자사의 온라인 전략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지만, 판매가 나쁘지 않았던 만큼 알리바바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중국 1위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JD닷컴의 추격에 얼마나 위협을 느끼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알라비바의 점유율은 58.6%로 전년동기 수준에 머무른 반면 JD닷컴의 점유율은 1년 전 19.2%에서 올해 22.8%로 뛰었다.

물론 아직 알리바바의 위상이 절대적이다. 올해 3월로 마감한 회계연도에 알리바바는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를 통틀어 2조4400억위안의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나머지 5개사를 합한 것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온라인 시장은 작년 한 해 거래량 기준 2조8200억위안 규모로 세계 최대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올 들어 알리바바를 비롯한 대형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독점 계약이나 신제품 독점 출시 등을 통해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유치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최근 몇달간 알리바바가 판매계약을 체결한 브랜드만 160개를 웃돈다. 이를 통해 올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300억위안 이상의 거래량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주 가전제품 유통사인 쑤닝커머스그룹의 지분 20%를 45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 전자제품 유통은 JD닷컴이 가장 강점을 지닌 부문으로 정식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들 업체는 판매자들에게 자사 사이트에서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판매할 것을 요구하거나 언론 및 공식적인 자리에서 상대 업체를 비방하는 일도 서슴치 않고 있다. 지난해 마 회장은 “JD닷컴이 결국 비극으로 끝날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알리바바의 제프 장 리테일 담당 사장은 “알리바바가 뭘 하든 결국 JD가 바로 따라할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JD닷컴은 베이징 본사에 알리바바를 겨냥해 “싸우자, 싸우자, 끝까지 싸워서 1위가 되자”는 붉은 색 배너를 걸었다. 알리바바의 짝퉁 유통이 적발되면서 이에 대한 공세수위도 높이고 있다. 리처드 류 JD닷컴 설립자는 “JD닷컴은 진품과 품질에 가치를 두는 이들을 위한 온라인 쇼핑몰”이라고 말해 차별성을 강조했다.

판매자들이 알리바바와 JD닷컴을 택할 때 각각 장단점이 있다. JD닷컴은 제품을 매입해서 직접 판매하는 반면 알리바바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이어주는 플랫폼만 제공한다. 짝퉁 유통이 우려되는 명품 브랜드는 JD닷컴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는 티몰 대신 JD닷컴에 입점하기로 결정했다. JD닷컴이 해당 브랜드의 짝퉁 유통을 책임지고 막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반면 알리바바는 판매량이 많다는 점이 장점이다. 스웨덴 스포츠의류 브랜드인 피엘라벤은 알리바바의 티몰을 택했다. 티몰에서 독점 판매하면서 기존 다른 온라인 사이트 판매가격보다 더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긴 했지만 매출은 기존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이같은 알리바바와 JD닷컴 간 경쟁은 ‘개와 고양이간 싸움’으로 불릴 정도다. 공교롭게도 알리바바의 티몰은 고양이를, JD닷컴은 강아지를 마스코트로 사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특화된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주메이인터네셔널홀딩스는 뷰티 관련 제품에, VIP숍홀딩스는 전자제품 온라인 할인판매에 특화돼 있다. 지난달 월마트스토어에 인수된 이하오디엔은 온라인 식료품 종합 판매몰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경기 부진도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알리바바는 지난 분기(4~6월) 32억6000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려 예상을 하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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