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내년 1월부터 예정대로 저탄소차협력금제도가 도입되면 향후 5년에 걸쳐 국내 자동차가격은 최대 평균 243만 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2020년 국내 자동차 구매자는 모두 2조 4000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조 원은 국산차 구매자가 분담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이하 한경연)은 23일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의 영향 평가 I : 차종간 상대가격 조정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의 도입은 차종간 차별, 자동차산업의 수익 악화, 재정적 중립성의 훼손, 소비자 후생 후퇴 등의 문제를 양산할 수 있으므로 제도 도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했다. 이어 “제도 시행에 앞서 소비자와 자동차 산업에 주는 피해를 상쇄시킬 수 있는 환경개선효과의 존재여부를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연은 현재 정부 검토안이 시행되면 자동차의 평균가격은 2015년~ 2020년에 걸쳐 약 52만 원~243만 원이 인상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평균적으로 국산차에는 약 45만 원~241만 원, 외산차에는 약 71만 원~253만 원이 부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구매자에게 부담을 줄 뿐 아니라 국산차와 외산차의 가격이 모두 인상되었을 때 국산차에 비해 단가가 높은 외산차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인하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예컨대 탄소배출량이 적은 유럽산 디젤차의 경우 상대적으로 최대 660만 원의 가격이 인하되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제도 도입으로 인한 가격조정은 결과적으로 자동차 내수시장의 질서를 인위적으로 교란시키며 국산차의 가격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보다 앞서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한 프랑스의 경우 자국내 자동차업계의 이익이 최소 4152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가 원칙으로 삼고 있는 재정 중립성 또한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현 검토안에서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부과금 징수액으로 보조금 지급액을 충당하게 되는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보조금이 일괄적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제도 도입 후 부족한 보조금을 정부의 추가 재정지출을 통해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조금과 부과금이 적용되는 자동차의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재정적 중립성은 향후에도 지켜질 수 없는 원칙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경연은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의 운영에서 재정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사회후생증진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고 주장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도입이 환경개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자동차 구입단계에서 보조금·부과금 구간을 적용하도록 설계되는데, 자동차의 가격조정으로 부과금이 적용되는 저탄소차량의 구매가 상대적으로 증가하면 해당 판매차량의 평균 기준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키는 데에만 국한된다는 것.
하지만 본질적인 환경개선효과는 자동차를 실제로 사용하며 배출되는 총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킬 때에만 얻을 수 있으므로, 연비가 상대적으로 좋은 저탄소차를 구매하여 운행거리와 시간이 증가한다면 환경개선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한경연의 주장이다.
윤상호 한경연 연구위원은 “환경개선효과에 대한 정확한 검증 없이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불확실한 혜택을 위해 소비자와 자동차산업이 받을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또 다른 사회실험일 수밖에 없다”며 “환경개선효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그 효과가 각종 문제점과 손해를 상쇄시킬 정도로 크게 나타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