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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약’은 웃고, 렌즈 세척액은 울고…

조선일보 기자I 2006.05.18 12:10:00
[조선일보 제공] 최근 눈과 관련된 의료 제품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신명이 난 곳은 불티나게 팔리고있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쪽이고, 울상을 짓는 곳은 콘택트렌즈 세척액이다.

두 달 전 국내에 처음 출시된 미국 제약회사 엘러간사(社)의 안구건조증 치료제 ‘레스타시스’는 지금 없어서 못 팔 정도이다. 판매 첫 달인 3월에 13만 여 개가 판매됐으며 4월에는 그 2배가 넘는 30만개가 나갔다. 5월에는 약물 품귀 현상도 빚고 있다. 최근의 황사와 꽃가루 바람을 타고 연처럼 매출이 훨훨 나가고 있는 것이다.

‘레스타시스’는 인공 눈물처럼 눈에 방울을 떨어뜨리는 약물이다. 인공 눈물이 메마른 눈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키는 효과라면 ‘레스타시스’는 안구건조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 장기이식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 성분이 눈물 분비를 증가시켜 안구건조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우연히 밝혀지면서 개발된 약물이다.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안구건조증은 30~60세 사이에서 10명 중 1명, 65세 이상에서는 15% 정도 발병되고 있는 매우 흔한 안과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 약 150만 명 정도가 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남자나 여자 모두 발생할 수 있지만 임산부나 폐경기 여성에서 흔하다. 더욱이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일하는 시간이 갈수록 늘면서 눈의 피로로 인한 안구건조증은 현대인들에게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거기에 황사 바람까지 불어주니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신바람이 났다.

반면 콘택트렌즈와 세척액을 판매하는 바슈롬사(社)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이 회사의 렌즈 세척액을 사용한 사람 중 극히 일부에서 진균성 각막염 증세가 발생했다는 미국 발 소식 때문에 관련 제품의 매출이 줄고 있는 것이다. 미 질병통제센터(CDC)에서 역학 조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 특정 제품과 진균성 각막염 발생과의 상관관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CDC는 소수의 환자 중에는 다른 회사의 제품을 사용한 이들도 있으며, 각막염이 자연 발생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는 신중한 의견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렌즈 세척액 사용자들의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 사용량이 크게 결정되는 의료 제품도 이처럼 ‘바람’을 탄다. 그만큼 우리의 일상이 의료와 밀접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찌됐든 한쪽은 눈물이 나와서 좋고 다른 한쪽은 눈물이 날 지경이다.


김철중의학전문기자 doc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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