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지영한기자] 내수 시장에서 기아자동차(000270)의 고전이 지속되고 있다. 쎄라토 오피러스 등 기대를 모았던 신차들이 졸전을 벌이면서 기아차의 1월 내수점유율이 20%선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중 국내 자동차 내수시장에서 기아차의 점유율이 20.0%를 기록해 전월(21.8%)대비 무려 1.8% 포인트나 급락했다. 반면 한지붕 두가족이자 경쟁사인 현대차(005380)의 점유율은 49.4%로 전월대비 0.9%포인트 상승했고, 쌍용차(003620)도 0.8%포인트 확대된 12.2%를 기록했다.
앞서 기아차는 부도위기로 98년 한 때 내수점유율이 19.9%까지 급락한 이후 지난 2000년 점유율을 28.5%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이후 점유율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작년의 경우엔 한해동안 2.7%포인트나 급락하며 연평균 점유율이 23.4%로 떨어지는 등 수년째 기아차의 고전이 지속되고 있다.
오는 3월엔 현대차가 콤팩트(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JM`을 출시하고, 4월엔 체어맨을 플랫폼으로 하는 쌍용차의 고급미니밴 `A100`이 기아의 카니발에 도전장을 던질 예정이어서 기아차의 점유율이 부도위기로 내몰렸던 지난 98년 이후 처음으로 10%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기아차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기아차가 고전하고 있는 배경으론 카니발 등 주력 차종이 모델 말기에 진입한 가운데 큰 기대를 모았던 신모델들이 졸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 기아차는 지난해 3월 대형 럭셔리 세단인 `오피러스`를 선보인데 이어 지난해 11월엔 준중형 승용차 `쎄라토`를 출시했지만 이들의 실적은 기대를 저버릴 정도로 저조한 상태다.
◇내수점유율 20% 턱걸이.."쎄라토 너마저"
이중 쎄라토의 경우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부사장이 이례적으로 발표회장에 참석했을 정도로 기아차 안팎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실적추이는 기대와 달랐다.
쎄라토는 1월중 내수시장에서 1753대가 팔려 4920대를 판매한 현대차의 아반떼XD에 밀려 2위를 차지했지만 준중형 세그먼트에서의 점유율은 지난 11월 시판 당시보다 오히려 2%포인트 안팎 빠졌다.
기아차는 당초 쎄라토가 GM대우의 라세티와 르노삼성차의 SM3는 물론이고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는 아반떼XD의 고객층을 잠식하며 월 5000대, 연간 6만대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과 달리 현대차의 아반떼XD가 같은 기간중 시장 점유율을 45%에서 52%로 크게 끌어올리는 등 국내 준중형차 시장은 아반떼XD의 독주속에 쎄라토·라세티·SM3의 하향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대했던 쎄라토의 신차효과는 없었다.
◇오피러스 "약발 다했나"..대형차점유율 23%→8%
기아차가 지난해 3월 대형 럭셔리 세단 시장에서 선전을 기대했던 `오피러스` 역시 기아차에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때마침 자동차내수불황이 심화된 시점에 출시가 이루어진 탓에 운도 없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 3월 415대가 팔린 이후 4월엔 판매대수가 2833대로 껑충 뛰면서 대형승용차시장의 점유율도 단숨에 23%대에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12월 점유율이 13.2%로 떨어진데 이어 753대가 팔린 올 1월엔 점유율이 한자릿수인 8.6%로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중 쌍용차의 체어맨은 페이스리프트(Face Lift) 모델인 `뉴체어맨`의 가세로 점유율을 6.7%포인트나 확대했고, 현대차의 그랜저와 에쿠스 등도 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경기회복 땐 뒤늦은 신차효과 전망.."노사관계가 복병"
이와 관련, 서성문 동원증권 수석연구원은 "올해 기대하고 있는 경기회복세가 본격화할 경우엔 기아차가 뒤늦게 신차효과를 보면서 내수점유율을 높여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즉, 현 시점 기준으로 준중형 세그먼트에서 쎄라토가 사실상 유일한 신차이기 때문에 경기만 살아나면 쎄라토의 `신차효과`가 늦게나마 발현할 수 있고, 여기에 하반기 콤팩트 SUV신차인 `KM`이 가세할 경우 신차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 연구원은 그러나 노사관계가 복병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는 임금협상과 더불어 2년만에 단체협상을 거쳐하기 때문에 작년처럼 40일 안팎의 분규가 발생하면 생산차질은 물론이고 이미지하락으로 인해 사실상 신차효과는 물건너갈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