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K반도체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미국의 거액 보조금을 받으려면 향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국에 대한 추가 투자금지 조처를 골자로 한 일명 ‘가드레일’ 조항에 이어 초과이익 환수·미국 내 반도체 인력양성 등 우리 기업들로선 매우 난감할 수밖에 없는 추가적 조항을 들이밀며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이미 미국 내 생산시설 신설·증설에 나서며 판을 깔아놓은 상황에서 미국이냐 중국이냐, 가부간 결정을 내리라는 의미로 해석될 정도로 강경책이란 게 업계의 해석이다. 가뜩이나 메모리 한파에 따른 실적 악화, 그럼에도 거야(巨野)의 반대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K칩스법 등으로 속병을 앓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혹’하나가 더 붙여진 셈이다. 다만, 내년 말 미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외국 기업에까지 왜 보조금을 주는가’라는 자국 내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로도 일각에선 해석하는 만큼 현재로선 우리 기업들은 일단 보조금 신청을 하되, 향후 가드레일 조항을 포함한 여러 독소조항을 타개하고자 하는 물밑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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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미 미 본토에 최첨단 제조시설을 갖춘 데 이어 향후 더 확장할 계획을 세운 삼성전자는 물론, 연구개발(R&D) 투자를 공언한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은 일단 이달 중 주판알을 튕겨본 뒤, 내달 최종적으로 보조금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보조금을 받아 초과 이익을 본 기업들로부터 공유해 얻은 자금을 최첨단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조성·전문 인력 양성 등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하는 데 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 국방부 등 국가안보 기관에 군사용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장기 공급하는 사업에 우선 지원하기로 한 점도 우리 기업들로선 부담이다. 상무부는 “국방부와 국가안보 기관은 미국 내 상업 생산시설에서 제조한 안전한 최첨단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접근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 독소조항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추가 투자가 불가능해진 만큼 중국은 레거시(구형) 공정 위주로, 미국은 최첨단 공정 위주로 가지 않겠느냐”면서도 “향후 미국 내 추가투자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다른 관계자는 “미·중 패권경쟁 리스크를 피해 새 생산기지를 찾는 데 주력해야 할 것 같다”며 “향후 100억달러(약 13조2000억원)를 반도체 지원금으로 쓸 예정인 인도가 적합한 대체국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