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지진 사망자 2.1만명 넘어…기상악화에 구호물자도 부족

박종화 기자I 2023.02.10 09:40:07

영하의 기온에 눈비까지…저체온증 사망자 늘고 있어
유엔, 반군 장악 시리아 북부서 구호 시작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사망자가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2만1000명을 넘어섰다. 기상 악화와 식량·의약품 부족이 겹치면서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리아 알레포 병원에 누워 있는 지진 피해 어린이.(사진=AFP)


현지 재난당국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0일 오전 2시(현지시간) 기준 최소 2만1051명이다. 튀르키예에서 1만7674명, 시리아에서 5245명이 사망했다. 부상자 수도 8만명에 가깝다. 3만2000명 이상이 사망한 1939년 지진 다음으로 튀르키예·시리아에서 심각한 지진 피해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명에 이를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캐빈 맥큐 호주지진센터 이사는 이번 지진 피해를 복구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기상 악화는 피해를 키우고 있다. 눈비가 이어지면서 구호인력과 장비가 제때 도착하지 못하고 있고 기온도 내려가고 있다. 이 때문에 구조를 기다리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희생자가 늘고 있다. 시리아 북서부 주민인 아흐메트 토크고즈는 “돌무더기에 깔려 죽지 않은 사람들은 추위로 죽을 것”이라고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말했다. 지진이 일어난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기온은 연일 영하권을 기록하고 있다.

물자 부족 상황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2011년부터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북부에선 식량과 의약품, 연료 부족 현상이 특히 심각하다. 최소 400만명이 구호기관 도움 없이는 물과 식량 등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리아 북부에서 일하는 의사인 모하메드 하순은 BBC와 인터뷰하며 “우리가 가진 의료용품으론 시리아 북부의 수요를 20%도 못 채운다”며 “제발 더 많은 사람을 치료하도록 의료용품과 원조, (의료진) 훈련을 확대해달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물자 부족이 해결되지 않으면 2차 재난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날부터 시리아 북서부 구호활동이 정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UN)은 9일부터 튀르키예 국경을 통해 이 지역에 구호물자 공급을 시작했다. 그간 시리아 정부는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 정부 승인을 받지 않은 구호활동을 사실상 금지해왔다. 시리아 정부는 민간인 학살 혐의로 국제사회 제재를 받고 있어 국제사회가 시리아를 지원하고 싶어도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유엔은 경제 제재와 별도로 원조를 확대할 수 있도록 안전보장이사회와 시리아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구조 인력과 물자도 속속 보강되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11만명 이상이 구조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진 피해자에게 가구당 1만리라(약 67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 등 95개국도 9000명에 가까운 구조 인력과 구조 물자를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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