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전력수급을 도맡고 있는 공기업 한전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 여파로 발전 연료비가 급등하면서 유례없는 대규모 적자와 그에 따른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 현 한전법은 채권(한전채) 발행한도를 자본금·적립금의 최대 2배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이대로면 내년 회기가 시작되는 내년 4월부터 빚을 내 운영비를 조달할 수도 없게 된다.
국회와 정부는 이에 한전채 발행 한도를 5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전제로 최대 6배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한전법을 개정키로 했다. 이 법안은 여야 합의로 국회 상임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법사위까지 통과했으나 지난 8일 본회의에서 과반 찬성을 얻는 데 실패하며 부결됐다. 전기료 현실화 등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일부 의원의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은 “올해 30조원을 넘어서는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신규 사채발행을 못하면 전력 구입대금 지급과 기존 차입금 상황이 어려워져 대국민 전력공급 차질과 전력시장 전체가 마비되는 국가 경제 전반의 대위기로 확산할 우려가 있는 만큼 한전법 개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전은 현 사태를 촉발한 전기료 현실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올 들어 전기료를 15~20% 인상했으나 2~3배 뛴 원가를 만회하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전은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단계적 전기료 인상계획을 조기 수립하고 정부 재정지원 방안과 전력시장 제도 개선방안 등 다각적 대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자구 노력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