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에 장거리 로켓 시스템 제공"(종합)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요청으로 장거리 로켓 시스템을 보낼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를 자극할 우려가 있는 장거리 미사일 체계 지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미군의 다연장 로켓 시스템(MLRS).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본토 공격 가능성이 있는 MLRS 대신 유도 다연장 로켓 시스템(GMLRS)과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 등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로켓 시스템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할 7억달러 규모 무기 패키지에 장거리 미사일이 포함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FT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사거리 70km가 넘는 장거리 로켓 시스템을 포함해 수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의회에 통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사정거리 48마일(약 77km)에 이르는 유도 로켓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30일) 미국이 “러시아를 공격할 수 있는 로켓 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소식통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힌 무기는 이번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로켓보다 사정거리가 더 긴 다연장 로켓 시스템(MLRS)을 일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번에 새로 지원할 장거리 로켓 시스템의 정확한 종류를 밝히지는 않았다. 외신에서는 사거리 64㎞를 넘는 유도 다연장 로켓 시스템(GMLRS)과 이를 탑재할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GMLRS의 사거리는 최근 미국이 지원한 M777 곡사포의 약 2배에 달하지만, 미군이 보유한 전술 미사일 시스템(약 298㎞)에는 크게 못 미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칼럼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핵심 목표물을 더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AFP)

우크라이나군은 새로 제공되는 무기를 활용해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에서 보급창고 등 러시아군 전선의 후방을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전장의 핵심 목표물을 더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도록 첨단 로켓 시스템과 군수품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재블린과 대전차 미사일, 스팅어 대공 미사일, 강력한 야포와 정밀 로켓 시스템, 레이더, 무인항공기(UAV), Mi-17 헬리콥터와 탄약을 포함한 첨단 무기 공급을 지속하겠다”고 부연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에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격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 시스템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다만, 미 정부 관계자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GMLRS의 경우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 등의 확전 위험을 피하면서도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군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미 정부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미 당국자는 이번에 제공되는 무기를 러시아와의 국경 인근에서 사용한다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면서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이라고 장담했으며, 미국 정부는 그 확약을 믿는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첨단 무기를 추가로 제공하겠다는 발표에 반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이날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은 직접적인 충돌 위험을 높일 것이며, 러시아는 이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