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이어 핵실험 준비 정황…한반도 안보정세 '격랑'

김관용 기자I 2022.03.27 16:28:46

유엔 안보리, 중·러 반대에 결의안 채택 실패
중·러 "北 ICBM은 美 약속 안지켰기 때문" 두둔
北,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정황
尹정부, 안보 위기 속 조기 한미정상회담 추진 관측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이 4년 넘게 중단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끝내 시험발사하면서 한반도 안보정세가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남측의 정권 교체기와 불안정한 국제 정세의 틈을 파고들어 더 강한 ‘도발’로 우리나라와 국제사회를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조기 한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러 반대에 ‘언론성명’도 못 낸 안보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가 25일(현지시간) 북한의 ICBM 시험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개회의를 열었지만 빈손으로 회의를 마쳤다. 그간 비공식 회의들이 있긴 했지만, 안보리가 이 문제로 공개회의를 연 것은 지난 2017년 11월 이후 4년여 만이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대북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어 화성-12호 등 미사일 발사 후엔 이를 규탄하는 의장성명과 언론성명을 냈다.

2017년 12월 23일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는 북한에 대한 연간 정제유와 원유 공급 상한선을 각각 50만배럴과 400만배럴로 설정했다. 특히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 또는 ICBM 발사를 할 경우 유류 공급을 추가로 제한한다는 이른바 ‘트리거 조항’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북한이 또 ICBM을 발사했지만, 이번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가장 낮은 수준의 회의 결과물인 언론성명조차 내지 못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2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이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결과는 예견된 것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러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미국의 더 강력한 대북 제재안에 러시아가 협조할리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북한은 공개적으로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어 러시아가 북한을 ‘배신’할 가능성도 낮았다.

미·중 갈등 역시 계속되고 있어 중국 역시 미국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 제안에 반기를 들었다. 장준 주유엔 중국대사는 이번 회의에서 오히려 “북한이 약속을 지켰지만, 미국이 연합 훈련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북한의 안보를 위협했다”고 북한을 두둔했다.

◇北, 풍계리 복구…7차 핵실험 가능성 ‘솔솔’

북한은 이번 ICBM 발사에 앞서 올해 1월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을 진행해 ‘모라토리엄’을 이미 파기했었다. 북한은 지난 2018년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4월에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및 핵실험 유예를 공언했었다.

그러나 이번엔 ICBM까지 발사해 7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기존 건물을 수리한 정황이 포착된 데 이어 2018년 5월 폭파했던 일부 갱도를 복구하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정부 당국은 북한이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의 4개 주갱도 중 내부가 가장 양호할 것으로 추정되는 ‘3번 갱도’를 복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갱도를 핵실험 장소로 선택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3번 갱도는 3차 핵실험이 있던 2013년 2월 완성된 것으로 아직까지 사용된 적이 없는 곳이다.

지난 2018년 5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당시 폭파작업 모습이다. 4번갱도 폭파 순간 갱도 주변 흙과 돌무더기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문가들은 이미 위력이 큰 핵융합 반응 실험을 다른 갱도들에서 진행한터라, 중·단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소형 전술핵폭탄 개발을 위한 시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6차 핵실험과 화성-15형 발사 이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전술무기화를 강조한바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앞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 시험’을 실시한 이후 ICBM 시험발사까지 감행해 4월 15일 김일성 110회 생일 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9월 9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전에 전술핵 탄두를 가지고 핵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쿼드’ 정상회의 계기, 한미 정상회담?

한반도 안보 우려가 고조되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이 조기에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51일 만)·박근혜 전 대통령(71일 만)·이명박 전 대통령(54일 만)·노무현 전 대통령(79일 만) 등 역대 정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이른 시점에 첫 한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시기로는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쿼드’ 일정과 맞물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쿼드 정상회의는 일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쿼드 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뒤 한국을 찾는게 자연스러운 수순이기 때문이다. 쿼드 정상회의는 5월 말께 개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5월 21일 임기가 끝나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연방총선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쿼드 정상회의 시기는 유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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