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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공화·민주 양당의 두 후보가 잇달아 ‘구설’에 올랐다. 선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예민한 시기에 불거진 악재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과 바이든 후보의 ‘실언’이 향후 대선정국의 향방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애틀랜틱 “트럼프, 미군 전사자들을 ‘호구들’로 불러”
미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지난 3일 복수의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1월 프랑스 방문 당시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미군의 묘지 참배를 취소하면서 전사자들을 ‘패배자들’ ‘호구들’로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파장은 컸다. 참전용사 등에 대한 예우를 매우 중시하는 나라에서, 그것도 대통령의 발언으로는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당장 참전용사 단체들은 비난성명을 줄줄이 냈고, 소셜미디어(SNS)에선 트럼프 대통령 규탄 게시물이 넘쳐났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물론, 백악관과 국방부,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까지 일제히 성명을 내어 애틀랜틱의 보도를 반박하고 나선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위터에 “악의적인 급진 좌파는 이기려고 무슨 짓이든 할 것”이라며 해당 기사를 쓴 기자를 좌파로 규정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4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장병과 참전용사 및 가족에 대해 최고의 존경과 경의를 품고 있다”고 감쌌다. 멜라니아 여사도 트위터에 “이건 저널리즘이 아니라 액티비즘(정치적 목적을 위한 행동주의)”이라며 “우리 위대한 나라의 국민에게 해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애틀랜틱의 기사를 인용한 친(親) 트럼프 매체 폭스뉴스를 향해 화풀이를 하기도 했다. 그는 4일 트위터에 관련 뉴스를 보도한 폭스뉴스의 국가안보 담당 기자인 제니퍼 그리핀에 대해 “해고돼야 한다. 우리에게 코멘트를 요청하기 위해 전화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한 뒤, “폭스뉴스는 사라졌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설’은 경쟁자인 바이든 후보에겐 ‘호재’다. 바이든 후보는 5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설에서 2015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장남 보 바이든의 군 복무를 거론, “그는 호구가 아니었다”며 대(對) 트럼프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역겨운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트럼프는 모든 군 가족에게 사과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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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바이든 후보 역시 ‘구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3일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방문해 지역사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反) 인종차별, 부자증세 등에 대해 설명하던 중 몇몇 청중이 자리를 뜨자 “그들이 나를 쏠 것 같으니 지금 더 자세히 얘기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흑인 남성이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은 사건으로 반 인종차별 시위가 일어난 커노샤 현지에서 ‘총에 맞을 것 같다’는 식의 적절치 않은 농담을 던진 것이다.
사실 바이든 후보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실언의 달인이다.
지난달 초 바이든 후보는 전국흑인기자협회·히스패닉기자협회와 화상 인터뷰에서 나온 말실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흑인계 미국인과 달리 라티노 미국인 지역사회는 여러 사안에 대해 엄청나게 다양한 태도를 가졌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마치 흑인사회는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어서다. 또 인지검사를 받았는지 묻는 한 흑인 기자의 질문에 “그건 당신이 코카인을 했는지 검사했느냐는 것과 같은 질문이다. 당신은 마약쟁이인가”라고 되받아쳐 빈축을 샀었다.
이렇다 보니 미 정가는 두 후보의 ‘TV 토론’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두 후보 간 TV 토론은 9월29일(오하이오주)·10월15일(플로리다주)·10월 22일(테네시주) 등 세 차례 예정돼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막말’ 대 바이든의 ‘실언’ 간 대결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