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원 기자]새 정부 출범 후 3주 만에 건설사 3곳이 자생력을 잃었다.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심지어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해 부도가 난 곳도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선 예고된 ‘줄 도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는 분위기다. 아울러 정치권에서 부동산시장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쌍용건설은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8년 만에 또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해외건설에 잔뼈가 굵은 회사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본금 1400억원을 모두 잠식당해 주식 매매거개가 정지된 상태다.
이어 지난 13일 유명 시행사인 이데아건설이 부도 처리됐다. 1987년에 설립 이후 e편한세상과 금호어울림, 코오롱이데아 플리스 등 대형아파트 시행으로 꾸준히 성장하던 이데아건설은 2006년 고양한류월드 사업에 지분을 출자한 것이 화근이 됐다.
또 지난 18일에는 서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이 서울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롯데관광은 31조원 사업인 용산개발에 1730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지난 13일 용산개발사업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지면서 결정타를 입게 됐다.
이처럼 새정부 출범 3주 만에 건설사 3곳이 무너지면서 업계는 이르면 3월말 발표되는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중견 건설사의 수익성은 꾸준히 나빠지고 있다. 해외 수주의 혜택은 30위권 이내의 대형업체들의 몫인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와 함께 주택비중이 높은 탓이다. 국내 건설수주는 2007년 127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01조5000억원으로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한건설협회가 분석한 지난해 3분기 111개 상장 건설사 경영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지표인 ‘이자보상비율’은 222.5%였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50.5%로서 상장 건설사 중 절반은 수익을 내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수도권 주택경기가 살아나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시장에 알려진 대책은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국회 통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완화도 요구했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시장에 노출된 정책은 국회에서 통과시켜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줘선 안 된다”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어들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지금은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공공물량의 조기발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건설업계를 살리려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최근 시장 분위기는 분양가 인하 전쟁이 붙었는데 가격 상승을 걱정해서 분양가상한제를 반대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며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