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에서 확인된 시장참여자들의 여론이다. 신평사들의 서비스 개선 노력에 대한 만족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는데도, 서비스 개선을 위해 두드러지게 노력하는 신평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신용평가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참여와 비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용평가의 질적 향상을 더 이상 신평사들의 몫으로만 맡겨놓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서비스 개선노력 만족도↓..한신평 `소폭 상승`· 한기평 `대폭 후퇴`
이데일리가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제6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결과, 서비스 개선을 위한 신평사들의 노력에 대한 만족도는 3.09점(5점 만점)에 그쳤다. 지난 5회때 3.37→3.10으로 하락한 이후 6회에서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같은 추세는 `서비스 개선 노력이 가장 두드러진 신용평가사`를 묻는 물음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50%)이 신평사들의 개선 노력에 `차이 없다`고 답했다. 3개 평가사들은 모두 20%를 밑도는 낮은 지지율을 받은 데 그쳤다.
다만, 그동안 개선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한국신용평가가 1위로 올라선 점이 눈에 띈다. 응답자 가운데 19%가 '한신평의 노력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한 것. 비(非) 크레딧 애널리스트 그룹에서 다른 평가사에 비해 두배 가까운 지지를 받은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대주건설 사태 직후 건설업종에 관한 세미나를 여는 등 최근 시장과의 접촉을 확대하려 한 점이 반영된 모습이다.
반면, 전통적으로 이 부분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던 한국기업평가는 17%를 기록하며 2위로 밀렸다. 지난 4회조사에서 3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년만에 지지율이 반토막난 것이다. 한국신용정보는 14%를 기록하며 2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 자문위원은 "크레딧 애널리스트들과 매니저, 브로커간의 선호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 뒤 "다만 전반적으로 `차이 없다`라는 응답이 늘어나고 있는 대목에서 엿보이는 권태감에 주목해야 된다"고 말했다.
◇ `투자자 참여 필요` 지적 많아져
신용평가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번 조사에서는 투자자의 견제와 시장 개방 등 신평사 외부에서의 자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평사 자체적인 노력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57%가 신용평가 서비스 개선과 등급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투자자의 참여와 비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지난 5회 조사에 비교해 응답률이 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신용평가 시장 개방 등을 포함하는 `진입장벽 완화` 항목 역시 31%의 응답률을 기록하며,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았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외부자극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평가사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0%를 기록하며 여전히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지만, 지난 5회 조사와 비교해서는 8%포인트 낮아졌다.
한 자문위원은 "신평사에 대한 시장의 기대수준은 높아졌는데, 평가사들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하는 것 같다"며 "시장이 신평사들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한다는 것에 지쳐가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 "신평사,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 기울어야"
자문위원단은 신용평가사들의 역할과 위상,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사업구조와 경쟁구조 등 신용평가 제도 전반에 대해 고민을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신평사들이 회사채 시장 전체의 발전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자문위원은 "신용평가사들이 시장 발전을 위해 투자자들의 여론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당국에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정작 신평사들은 여기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데 신평사들이 기여하는 것이 없다"고 진단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주어진 시장환경에 안주하며, 발행기업들을 상대로 수입을 늘리는데만 애쓰는 한 신용평가 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평사들이 시장의 영향력을 키워서, 이를 바탕으로 매출을 확대하려는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자문위원은 "무디스나 S&P 등이 국내 신평사들처럼 기업의 구미에 맞는 등급을 부여하는 식으로 매출을 올렸다면 엔론사태나 서브프라임 사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들이 시장을 위한 서비스를 활발하게 제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수익의 50% 이상을 정보사용료에서 달성하는 매출구조에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자문위원은 이런 문제의식에 대해 "글로벌 평가사들과 비교할 때, 국내 신평사들이 발행기업으로부터 받는 평가수수료는 싼 데 비해, 정보이용료는 엄청나게 비싼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되짚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신평 시장 진입도 논의해 볼만"..등급 덤핑 가능성은 경계해야
신용평가 시장 개방 이슈와 관련, 단순히 글로벌 신평사들의 국내시장 진입뿐만아니라 국내 다른 평가사로의 문호 개방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기업어음(CP)과 자산유동화증권(ABS) 평가 업무에 한정돼 있는 서울신용평가를 두고 하는 얘기다.
한 자문위원은 이에대해 "신용등급 적정성 문제가 불거지게된 구조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는 신용평가 3사 체제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서신평이 시장에서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진입하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다.
이 자문위원은 "다만, 지금같은 구조에서는 서신평이 참여하더라도 경쟁자 진입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발행기업을 상대로한 경쟁이 촉발된다면, 등급덤핑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계감을 나타냈다.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등급 평정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전문위원 제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기업에 대한 평가와 등급평정을 인위적으로 분리시키면서 평가 실무를 맡는 `평가실`이 겉돌게 됐다는 지적이다.
한 자문위원은 "등급평정 과정에서 평가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줄어들게 되면서 평가실 업무에서 마케팅의 비중이 늘어나는 듯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며 "애초 의도대로 등급평정의 책임성과 전문성이 향상됐다고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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