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와 일본 식품업계 자료를 종합하면 일본의 매운맛 평가·공유 서비스 ‘카라미터’에 등록된 매운 메뉴는 2023년 1월 약 1만 8000개에서 지난달 말 약 3만 2000개로 70%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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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열풍의 중심엔 중국 쓰촨식 음식인 마라탕이 있다. 일본에선 2019년 중국 향신료 화자오 특유의 얼얼한 맛이 조미료와 컵라면 등에 확산하며 한 차례 ‘마라 붐’이 일었다. 최근엔 가공식품을 넘어 소비자가 직접 재료와 맵기를 고르는 마라탕 전문점이 외식업의 독립된 업종으로 성장하는 ‘제2차 마라 붐’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매장정보업체 리뷰(Review)에 따르면 마라탕 전문점 신규 개업은 2022년 대비 2025년 1~11월 약 8.5배 늘었다. 특히 2024년 47곳에서 2025년 1~11월 225곳으로 1년 사이 약 4.8배 증가했다. 15~24세 여성 619명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연구 기관 SHIBUYA109 lab 조사에서도 마라탕은 ‘2025년 트렌드 대상’ 카페·음식 부문 1위에 올랐다.
매운맛 유행은 편의점으로도 번졌다. 우마카라는 ‘맛있다’는 뜻의 ‘우마이(旨い)’와 ‘맵다’는 뜻의 ‘카라이(辛い)’를 합친 말로, 자극적인 맵기보다 감칠맛과 향신료의 풍미가 어우러진 ‘맛있게 매운맛’을 강조한다. 맵기 자체보다 얼마나 맛있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느냐가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셈이다.
로손스토어100은 우마카라부터 강한 매운맛까지 총 26종으로 구성한 기획전을 열고 최고 맵기 단계의 상품을 지난해보다 늘렸다. 세븐일레븐은 ‘우마카라의 깊이’를 주제로 비빔밥과 볶음면 등 한국 음식 17종을 선보였다. 패밀리마트는 진한 풍미와 매운맛을 결합한 중화요리 7종을 전국 매장에 내놨다.
일본의 달라진 입맛은 K푸드에도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한국 식품기업들은 강한 매운맛을 내세우기보다 크림과 로제 등 부드러운 풍미를 더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농심재팬의 ‘신라면 툼바’는 지난해 일본에서 연간 판매액 10억엔을 돌파했고, 한국 라면 최초로 닛케이 트렌디의 ‘2025년 히트상품 베스트 30’에 선정됐다. 인기 조리법을 제품화한 용기면 ‘신라면 로제’도 지난 5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출시됐다.
한국식 매운맛을 일본 소비자에게 익숙한 제품에 입히는 공동개발도 늘고 있다. 일본 가루비와 삼양재팬은 대표 감자과자 자가리코에 불닭볶음면의 맛을 접목한 ‘자가리코 매운맛 불닭맛’을 개발했다. 동원F&B와 당시 일본 마루하니치로(현 우미오스)는 동원의 고추참치를 현지 냉동볶음밥 브랜드에 접목한 ‘WILDish 고추참치 볶음밥’을 공동 개발했다.
다만 일본 시장의 문이 저절로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K푸드 수출은 104억 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일본 수출은 13억 1000만달러로 전년보다 4.9% 감소했다. 일본에선 현지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제품 개발이 뒷받침돼야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강한 매운맛을 그대로 수출하기보다 일본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즐길 수 있는 맛과 제품 형태를 설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면에 머물지 않고 과자와 소스, 냉동식품 등 일본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제품군으로 영역을 넓히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출시 전 식품 전시회나 팝업스토어, 소규모 테스트 판매를 통해 맵기와 풍미, 가격, 포장에 대한 현지 반응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마라·우마카라 트렌드와 한국 음식에 대한 인지도를 함께 활용하면 일본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도 한층 다양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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