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오전 10시(이하 현지시간) 출발한 에어버스 A310-304 여객기는 이날 오후 1시 카트만두 북부 랑탕 국립공원의 절벽을 들이받고 완파됐다. A310 기종으로서는 사상 최초인 이 사고로 승무원 14명과 승객 99명(한국인 5명), 총 113명이 사망했다.
이날 여객기는 오후 12시 55분 카트만두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이에 조종사들은 네팔 영공을 횡단한 후 ATC(항공교통관제소)에 연락을 취했고, 20번 활주로에 대한 ‘시라 VOR(초단파전방향성무선등대) 순환 접근법’이라고 불리는 남쪽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이후 여객기는 카트만두 VOR에서 남쪽으로 10마일 떨어진 곳에 시에라 수정기구가 있다고 보고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장은 여객기의 이상이 있음을 감지했다.
기장은 기체 주익 플랩이 고장이라고 생각했고 복잡한 카트만두 대신 진입이 용이한 인도 콜카타에 비상착륙할 것으로 결정, ATC에 우회할 것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ATC가 회신하기 전에 비행기는 이전의 전송을 취소, 활주로 02에 대한 직진 시에라 접근으로 비행이 허가됐고 9500피트(2896m)를 떠나는 것을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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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기장은 공항의 바람과 시야를 여러 번 물었지만, ATC는 단지 02번 활주로가 가능하다고만 답하면서 관제탑과 기장 사이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기장은 네 번의 좌회전 허가를 요청했지만 확실한 답변을 받지 못한 채 우회전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고도 2만 피트(약 6000m) 상공으로 올라갔다.
이후 공항 접근을 멈추고 남쪽으로 선회한 여객기는 1만 1500피트(4500m) 이하로 내려갔지만 이때 GPWS(지상 근접경보 시스템)가 작동했다.
이에 부기장은 기장에게 항공기를 돌릴 것을 촉구했지만 ATC와의 통신 오류 때문에 기장은 GPWS도 시스템 오류라고 착각, 경보음을 무시한 채 남쪽으로 비행을 계속했다.
그리고 기장이 상황을 인지했을 때 이미 비행기는 카트만두를 지나 히말라야로 향하고 있었고, 해당 여객기는 카트만두 북쪽의 랑탕 국립공원 내 해발 3500m의 산지에 충돌하면서 추락했다.
사고 이후 조사관들은 참사의 원인으로 기장의 과중한 업무, 그리고 그에 비해 부족했던 부기장의 권한을 꼽았다. 해당 기장은 회사 중역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조종사였던 반면, 부기장은 타이항공 내에서 기장 승진이 불가능하다고 평가받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경험이 없는 항공 교통 관제사에 대한 부실한 감독과 복잡한 카트만두 접근방식에 대한 시뮬레이터 교육을 조종사에게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사고 원인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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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예티항공 소속 ATR72기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포카라 공항으로 향하던 중 공항에서 약 1.5km 떨어진 협곡 근처에서 추락했다.
추락한 여객기인 ATR72기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합작회사인 ATR가 생산한 쌍발 프로펠러를 장착한 기종으로, 제작된 지 15년 된 것으로 알려졌다.
히말라야 산악지대인 네팔은 과거부터 항공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포카라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140㎞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휴양도시로, 현지 항공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착륙이 까다로운 곳으로 악명이 높다. 안나푸르나 등 8000m급 히말라야 고봉에서 불과 수십㎞밖에 떨어지지 않아 여러 높은 산 사이를 곡예 하듯 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1992년 사고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