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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자율규제에도 온플법 포기 힘든 공정위…이젠 `국회의 시간`

조용석 기자I 2022.06.06 16:35:10

`온플법 보류` 관측에 격앙된 공정위…"사실과 달라"
공정위 온플법 정부 입법했으나 맘대로 철회 못 해
온플법, 자율규제 실패 대안…합의 독려 역할도
"국회 논의 중인 온플법, 공정위 입장 내기 어려워"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자율규제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하 온플법) 폐지 여부를 놓고 플랫폼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020년 9월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공정위는 현재 온플법이 국회 심의를 받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추진 여부를 언급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또 자율규제의 성공을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섣불리 온플법 보류 입장을 내비치기도 어려운 모양새다.

◇ ‘온플법 보류’ 보도에 격앙된 공정위…“사실과 달라”

6일 관가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공정위를 포함한 정부부처가 온플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취지의 보도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고 “사실과 다르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온플법 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타 부처와 문서로든 구두로든 합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온플법과 관련된 타 부처가 목적을 갖고 흘린 것 아니냐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플랫폼 입점업체를 보호할 목적으로 공정위가 지난해 1월 정부입법한 온플법은 현재 정무위 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당·정·청 합의한 이후에도 한 차례 소위 논의가 진행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정부제출 의안이라도 일단 위원회에 의제가 된 후 수정·철회를 할 때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 입법 전까지는 공정위가 폐지·보류를 결정할 수 있겠지만 이미 정무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현재는 관전자에 불과한 셈이다.

또 이미 국회엔 공정위 온플법 외에도 여야를 넘어 성일종, 김병욱, 배진교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온플법이 정무위에서 함께 논의되고 있다. 이들이 낸 법안도 공정위 온플법과 큰 차이가 없다. 만약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처럼 국회가 강력하게 움직인다면 공정위 입장과 관련 없이 언제든지 온플법이 제정될 수 있다. 공정위 안팎에서 온플법에 대해 “국회의 시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여전히 소상공인·시민단체 등 온플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언제든지 국회에서 다시 점화할 수 있는 이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등이 포함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를위한전국네트워크’는 7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온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 온플법, 자율규제 실패 대안…합의 독려 역할도

공정위가 온플법에 입장을 내기 어려운 다른 이유는 자율규제 불확실성도 있다. 자율규제에 대한 합의 기한이나 가이드라인 등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의 자율에만 맡겨놨을 경우 입점업체나 소비자에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 만들어지지 않거나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회와 정부 모두 온플법이라는 카드를 쥐고 있다면 자율규제 논의 과정에서 재계 협조를 독려하기 용이하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네트워크’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또 온플법은 자율규제가 실패하는 이른바 플랜B 상황에서 정부부처가 신속하게 내놓을 수 있는 플랫폼 대책이기도 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안 추진 여부와 관계 없이 온플법이 국회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자율규제 협의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정위 출신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아직 신임 위원장도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위가 온플법 보류를 다른 부처와 논의하고 이를 명료하게 합의해 주긴 어려울 것”이라며 “국회에서 온플법이 여전히 논의 중인 상황에서 공정위가 언급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고, 그럴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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