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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고법 1-1부(재판장 이승련)는 뇌물수수와 수뢰후부정처사, 부정청탁금지법 혐의로 기소된 유 전 부시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5000만원 선고하고 2108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가 포괄적인 관리·감독권을 가진 금융투자회사나 신용정보회사 운영자들로부터 상당기간 재산상 이익 등을 받아 죄질이 가볍지 않고 범행의 상당 부분을 먼저 제안했다”면서도 “공여자들과의 관계, 금품 제공 형태·액수 등에 비춰 직무관련성이나 뇌물성에 대한 확정적 고의를 가지도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구체적 청탁이나 부정처사가 수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대부분 범행 먼저 제안…죄질 가볍지 않아”
2심 형량은 1심의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벌금 9000만원, 추징금 4221만원에 비해 형량과 벌금, 추징액 모두 줄었다. 1심이 뇌물로 인정했던 일부 금품 수수 혐의가 무죄와 면소로 판단이 바뀐 영향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유 전 부시장이 저서를 보낸 대가로 현금 198만원을 수수한 부분에 대해 “저서 100권에 대한 정당한 반대급부”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또 2010년 아파트 구입 명목으로 사업가에게 2억 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린 후 이듬해 이중 1000만원을 면제받은 부부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판단해 면소 판결했다.
당초 1심은 2010~2011년 금품수수에 대해 포괄일죄를 적용해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았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다음 금품 수수와 2년여의 차이가 나 범행의 단일성을 인정할 수 없어 포괄일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11년 현금 200만원 수수 부분도 마찬가지로 면소 판결이 내려졌다.
유 전 부시장은 노무현정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은행제도과장을 거쳐 금융위에서 자보시장과장, 기획조정관, 금융정책국장 등을 역임한 정통 금융관료였다.
그는 2010년부터 2018년 11월까지 업무 연관성이 있는 금융업체 운영자 등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총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금융업체 대표에게 자신의 동생을 취업시켜달라는 청탁을 하고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준 혐의도 받는다.
유 전 부시장은 기업인들에게 ‘해외에 있는 아내의 항공권 구매대금을 결제해달라’, ‘서울에서 거주할 수 있는 오피스텔을 마련해달라’, ‘골프장 리조트를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등 지속적으로 금품을 요구해 받아냈다. 또 자신이 집필한 책이 출간되면 지인에게 줘야한다며 100여권씩 대신 구입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10여년 간 기업인과 어울리며 지속적으로 금품 수수
아파트 구입 자금이 부족하다며 2억 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 이중 1000만원 채무를 면제받은 적도 있다. 아울러 미국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파견 근무 시절인 2011년엔 ‘미국에서 지인들과 어울릴 일이 있다’며 금품을 요구해 현금 200만원을 수수하기도 했다.
유 전 부시장은 법정에서 “돈을 건넨 기업인들의 회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하지 않아 업무 연관성이 없고, 돈을 건넨 사람들과의 사적 친분을 고려하면 대가관계도 인정될 수 없다”고 뇌물 혐의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은 동생의 취업청탁 및 금융위원장 표창 수여과 자녀들이 받은 용돈, 인턴기회 제공을 제외한 나머지 금품 수수에 대해선 모두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유 전 부시장과 공여자들 사이의 사적 친분관계가 있었던 점은 부인할 수 없고, 그런 친분관계도 금품 수수의 큰 이유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 전 부시장으로선 공여자들이 사적 친분관계로 선의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생각했을 여지가 전혀 없지 않다”고 집행유예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은 유 전 부시장의 이 같은 비위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