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성적표' 받아든 지상조업사‥치킨게임까지 겹쳐 이중고

송승현 기자I 2021.02.21 15:31:05

한국공항·에어포트 영업손실 각각 490억원·136억원
지난해 화물 특수로 실적 선방한 대형항공사와 대조
치킨게임 양상까지‥외항사 중심 조업료 인하 요구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항공업계의 또 다른 한 축인 대형항공사(FSC) 계열의 지상조업사들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FSC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화물특수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선방에 성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의 지상조업사인 한국공항(005430)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2989억원으로 전년 대비 43.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49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지상조업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는 매출액 1703억원으로 전년 대비 42.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3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는 대형항공사 계열 지상조업사들이 창립된 이후 받아든 최악의 성적표다. 항공업계가 어려움에 부닥쳤던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유행 당시에도 한국공항이 150억가량의 영업이익을 남겼고, 아시아나에어포트 역시 흑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같은 실적은 지상조업사들이 직원들의 무급휴직과 복지축소, 사업권 포기 등 가능한 허리띠를 모두 졸라맸음에도 나온 결과라는 점이다. 실제 한국공항과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지난해 각각 지상조업을 수행하는 인원 절반가량을 순환 휴직으로 돌렸다. 아울러 아시아나에어포트는 노사가 합의한 끝에 성과급을 비롯한 다양한 복지 혜택을 축소했고, 항공 수요가 줄어 적자를 내던 급유시설 운영권을 포기했다.

지상조업사 관계자는 “노사가 선제적으로 협의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음에도 최악의 실적을 피할 수 없었다”며 “올해 역시 코로나 확산세가 잠잠해지지 않을 것이란 예측 때문에 작년에 계약이 만료된 계약직들에 대해 이미 계약불가를 통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올해 전망도 녹록지 않다. 모회사인 대형항공사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수요 급증에 따른 화물운임 증가를 통한 화물특수로 실적 선방이 예상되고 있지만, 지상조업사들은 항공사들이 미리 정한 조업료를 지급하는 계약의 특성상 화물조업이 늘어나도 수익은 늘지 않는다.

오히려 실적이 더 안 좋아질 것이란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상조업사들이 생존경쟁에 내몰리자 일부 지상조업사가 조업료 단가를 낮추는 등 ‘치킨게임’ 양상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 외국계 조업사가 조업료를 일정 부분 낮춘다고 선언하자 나머지 조업사들과 계약을 맺고 있던 항공사들이 조업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지상조업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수익성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 항공사를 중심으로 한 조업료 인하 요구는 결국 모든 업체를 공멸로 몰아갈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어려울 것이란 게 기정사실이 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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