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박근혜 당선인이 하우스푸어 핵심 구제정책으로 내세운 ‘보유주택지분 매각제도’ 구제 대상에 약 32만 가구가 해당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2일 LG경제연구원은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바탕으로 가계소득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과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가계를 산출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이 짊어진 부실 부채 규모는 38조원으로 전체 금융부채의 4.4% 수준이다.
‘보유주택지분 매각제도’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금융기관과 가계 사이에 자산유동화회사 등 제 3자가 들어가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집단적으로 구매한 뒤 다시 채무자에게 임대하는 정책이다. 채무자는 주택지분을 매각한 대금으로 금융기관에 대출금을 갚고, 이후 제 3자에 주택임대료를 지불해 거주지를 확보할 수 있다. 제3자는 주택지분과 임대료를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이후 가계 재무상황이 회복되면 다시 지분을 회수해 주택 소유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연구원은 ‘보유주택지분 매각제도’가 충분한 메리트를 갖추면 채무자들이 적극적으로 이런 정책을 활용할 것으로 봤다. 실제로 최근 신용회복위원회에 접수되고 있는 채무재조정 신청 실적을 분석해보면, 하우스푸어로 추정되는 부채규모와 소득수준이 큰 채무불이행자들의 신청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부채상환에 이 정책을 활용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연구원은 주택지분 매각 이후 가계가 지불할 지분 사용료가 얼마냐에 따라 이 제도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봤다. 기존 부채 이자보다 지분 사용료가 충분히 낮아져야 하우스푸어들이 보유 주택의 지분을 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우스푸어가 내는 지분 사용료를 낮출수록, 이를 기반으로 발행되는 자산유동화증권의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수익률이 낮으면 채권매각이 힘들어지고, 낮은 수익률의 자산유동화증권을 공공기관이 매입하게 하려면 결국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투자 손실을 투자주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 결국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채권자인 금융기관과 채무자인 가계가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주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들이 주택지분 자산유동화회사를 설립해 자산유동화 구조 전반을 관리하고 후순위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한 금액으로 스스로 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연구원은 이는 금융기관이 그동안 가계대출로 이자수익을 얻었고, 이 제도의 시행으로 부실대출을 줄여 기관의 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가계 역시 이 제도의 수혜를 입기 위해서는 보유 중인 주택지분을 경매에 준하는 수준으로 할인 매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조건적인 부채탕감보다는 가계 역시 주택을 경매에 넘기기 전 최후의 수단 정도로 자신의 투자책임을 확실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