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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우리은행장도 경고`..흔들릴까

하수정 기자I 2009.09.25 14:08:52

연임불가 낙인..통제권 약화·조직 혼란 우려
"리더십 상처 불가피" vs "임기지키며 은행 정상화 힘써야"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최초의 사내 출신 행장으로 주목받았던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계속되는 대내외 악재로 험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급기야 이 행장이 "흔들리지 않겠다. 자리를 지키겠다"고 선언했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리은행의 `경영권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행장 취임 이후 거듭된 악재

예금보험공사는 25일 이종휘 행장에게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 행장(사진)이 예보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
 
지난 2006년 특별격려금 지급에 따라 `경고`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2007년 4분기 MOU와 관련해 경고에 상당하는 성과급 22.5% 삭감 조치를 받았다. 취임 직후에도 지난해 3분기 MOU에 대해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예보의 징계는 주의-경고-직무정지-해임 순으로 경중을 따지게 되는데, `경고`가 두 번 이상 누적되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임원 선임이 3년간 제한된다. 2006년에 이어 두 번의 `경고`가 누적된 이 행장은 연임이 불가능해졌다.

사실 이 행장은 계속되는 악재로 속앓이를 해야했다.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본격적인 금융위기가 닥쳤고 예보 MOU 미달이 불보듯 뻔한 데도 불구하고 CDO, CDS를 계상해 6000억원이 넘는 분기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파생상품 투자와 카드영업 등 공격적인 외형확대 정책의 후폭풍을 뒷수습해야하는 소방수 역할을 맡았으면서도 징계는 징계대로 받아야만 하는 이 행장의 얄궂은 운명은 행장이 되는 순간 예고됐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 이 행장, 조직 혼란 우려 "자리 지키겠다" 강조

이 행장과 함께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박해춘 전 국민연금 이사장과 황영기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이 차례로 사직하면서, 일각에서는 이 행장의 거취에 대해 말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이날 예보의 경고 조치로 이 행장에게 `연임 불가`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면서 이 행장의 통제권이 약해지고 조직 기강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장은 최근 연임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행장의 임기에는 실질적인 타격을 입게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징적으로 연임이 안된다는 꼬리표를 달게 된 이상 리더십에는 상처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영업력과 조직력을 다잡아야하는 시기에 행장의 임기 문제가 자꾸 거론되면 직원들의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이 행장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에 이르렀다. 이 행장은 최근 임원들과 모인 자리에서 "나가지 않겠다.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자리에 있던 우리은행 임원은 "박 전 행장과 황 전 회장이 사표를 내면서 이 행장에 대한 우려들이 나오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면서 "지금은 거취 문제를 논할 것이 아니라 임기를 지키고 은행을 정상화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주는 것이 진정으로 책임지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행장의 임기는 오는 2011년 6월까지로 2년 가까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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