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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기업 진화하다)⑤시멘트에서 종합금융그룹 발돋움

윤진섭 기자I 2006.10.11 14:36:33

구조조정 마무리, 제조·금융 중심 제 2도약 준비
동양메이저 부채비율 축소, 시멘트·매직 등 제조부문 실적 개선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현재현(玄在賢) 동양그룹 회장의 `광폭 행보`가 화제다.

검사 출신인 현 회장은 맏사위로서 장인의 그룹을 물려받은 이후 전문경영인에 맡기는 `조용한 오너`였으나 최근의 행보는 이 같은 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 현재현 회장은 `1등주의, 자심감`을 임직원들에게 주문, 동양그룹의 새로운 변신을 예고했다
현 회장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회의 의장을 맡은 이후 재계의 뉴 리더로 급부상했다. 기업인 최고의 영예인 금탑산업 훈장도 받았다. 언론 접촉도 부쩍 늘었으며, 사내 행사를 직접 주관하는 일도 잦아졌다.

지난 6월 15일 창립 49주년을 맞아 진행된 백두대간 종주산행 발대식 행사는 현 회장의 광폭 행보의 백미(白眉)로 꼽힌다.

특히 현 회장은 힘이 실린 목소리로 `1등주의` ‘자신감’을 임직원에 주문, 동양그룹의 새로운 변신을 예고했다.

현 회장은 이 자리에서 "특화된 시장을 재정립해 그 안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기업이 21세기형 1등 기업”이라며 “동양그룹이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심감과 자부심을 갖고 최고를 향해 끊임없이 전진하자”라고 제안했다.

◇ 8년간 성공적 구조조정 마무리, 제조·금융 중심의 제 2의 도약 준비

현 회장이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지루하게 계속돼 온 그룹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됐고, 시멘트 등 제조업 중심에서 종금, 생명 등 금융기업으로 그룹의 얼굴이 바뀌었다는 점 때문이다.

동양그룹 변신의 이면에는 그룹의 얼굴로 성장한 금융부문이 자리 잡고 있다. 동양그룹은 국내 재벌 그룹들 가운데 유일하게 은행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태를 보유한 사실상의 종합금융그룹이다.

총 16개 그룹 계열사 중 ▲동양종합금융증권 ▲동양생명보험 ▲동양투자신탁운용 ▲동양캐피탈 ▲동양파이낸셜 ▲동양선물 ▲동양창업투자 등 7개가 금융부문이다.

금융계열사의 총자산은 약 13조원(2006년 1분기 기준)으로 그룹 전체 자산인 16조원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또 매출도 3조원을 넘어서 동양그룹 매출(4조1469억원)의 63%를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금융부문이 동양그룹의 얼굴로 성장했지만 외환위기 이후엔 `돈 먹는 하마`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었다. 대표선수격인 동양종금증권의 경우 1999년 이후 2002년 말까지 거의 분기마다 100억∼400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2000년 4분기엔 1400억원대의 대규모 손실을 보기도 해 그룹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2003년에 접어들면서 '턴 어라운드'에 성공하기 시작했다.

2002년에 마지막으로 189억원대의 적자를 낸 동양종금증권은 2003년에 740억원, 2004년에 1072억원, 2005년 16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흑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올 회계연도에도 2000억원 이상의 순이익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동양종금증권은 자본시장통합법 마련으로 지각 변동이 예고되는 증권 업계에서 증권. 종금. 투신 등 3대 영업 분야가 융합된 국내 유일 증권사라는 점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다.

보험과 은행을 제외한 모든 금융 영역에서 `칸막이`가 사라질 예정이어서 이미 종합 증권사로서 역량을 지니고 있는 동양종금증권은 시너지 효과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동양생명 역시 금융부문의 핵심이다. 동양생명은 99년부터 2005년까지 7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통상 생명보험회사가 설립 후 20여 년이 지나야 흑자구조로 전환한다는 업계 통설을 깨고 설립 10년 만인 99년부터 흑자행진을 계속 중이다.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 1033억원을 (세전 기준)을 거둬 2003년 이후 3년 연속 600억원 이상 순이익을 기록했다. 또 지난 6월에는 500억원 규모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자기자본을 늘렸다. 이와 함께 수호천사라는 독자브랜드를 도입하고 방카슈랑스, 홈쇼핑 판매 등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 동양메이저 부채비율 100%대 임박 ..시멘트·매직 등 제조부문 실적 개선

금융부문과 함께 동양그룹의 또 다른 축인 제조 부문 역시 체질 개선을 통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놓고 있다. 우선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동양메이저가 좋아졌다. 동양메이저는 최근 부실을 털어내고 구조조정을 매듭지었다.

동양메이저(001520)는 최근 자사가 보유한 동양시멘트 주식 499만주(49.9%)를 미국계 펀드 PK2에 2245억5000만원(주당 4만5000원)에 매각했다. 주식매각자금은 차입금 상환에 쓸 예정이어서 올 1분기 현재 702%인 동양메이저의 부채비율은 곧 260%대로 낮아지게 된다.

또 산업은행 등이 보유한 전환사채(CB)의 주식전환까지 이뤄지면 부채비율은 150% 미만까지 떨어질 수 있다.

그룹의 산파역인 동양시멘트도 구조조정 속에 우량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1957년 창립 이래 양회업계를 선도해온 동양시멘트는 지난해 말 현재 자본총계 6793억원, 자산총계 1조5000억원으로 493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2001년 세계 최대 시멘트사인 프랑스 라파즈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구조조정을 통해 1375억원의 외자를 유치했고 이를 통해 동양메이저에서 분사한 동양시멘트는 자산가치 1조4749억원, 자기자본 5500억원, 부채비율 170%의 우량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이어 2003년 12월 라파즈측이 보유하고 있는 동양시멘트 지분 25%를 재인수해 순수 국내 자본 시멘트업체로 위치를 다지면서 업계 선도기업으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이 밖에 동양투자신탁운용, 동양창업투자, 동양선물, 동양매직, 동양시스템즈 등의 계열사들은 특화된 영역에서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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