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문기자] '한국증시, 저평가'라는 의견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재료면에서도 호재보다는 악재가 우위로 판단된다. 높게 유지되고 있는 유가 수준, 기타 원재료 가격의 급등 뿐만 아니라 세계 유동성 위축에 대한 우려 수위도 낮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오늘은 세계 유동성 위축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배경을 살펴보고 최근 한국증시를 바라보고 있는 외국인들의 시각을 윤두영 이데일리 보도제작부장과 함께 정리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세계 유동성 위축에 대해서는 국내보다 외국자료에서 더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으로 보는가
▲ 해외투자를 하는 외국 펀드가 국내 펀드보다 이 문제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세계금융시장 유동성 위축의 심화는 주식관련 펀드의 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는 현 시장 상황을 하나의 변곡점이 형성되고 있는 시점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유동성이 추가로 늘지 않는 다는 가정 하에 기업실적마저 둔화된다면 주가하락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전세계적으로 주가를 끌어 올린 양대 축은 경기회복과 함께 오랜 기간 진행되어 온 유동성확대로 볼 수 있다. 사실, 경기회복 보다 풍부한 유동성이 주가상승에 더욱 많은 기여를 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 그렇다면 이러한 우려는 결국 외국인 투자자금동향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변화가 있었는가
▲ 노무라증권 홍콩에서 발간하고 있는 ‘아시아지역 주간 외국인투자 동향’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급격히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3월20일~26일 한 주간 동안은 오히려 근소하게 순매도 우위가 나타났다. 다만, 한국과 인도시장에 대해선 작은 규모이지만 순매수 우위를 지키고 있다. 대만이 가장 순매도가 많다. 대만은 2006년 한국과 비교해 펀더멘탈이 우세하다고 전망되어 왔지만 최근 소비자 신용 문제가 확대되면서 금융시장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추세가 이어 진다면 아시아 증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향후 전망은 어떠한가
▲ 중장기적으로 보면 미국과 유럽계 자금의 아시아시장 투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근본적 배경은 아시아 경제가 인구구조적 측면에서 세계 소비시장의 핵심으로 부상되고 있으며 자본시장의 발전 가능성도 가장 크다는 점이다.
실질 구매력을 반영한 환율 기준으로 전세계 GDP의 50%을 차지하고 있는 이머징마켓의 주식시장 규모는 불과 20%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만큼 투자기회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인도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은 높은 경제 성장률과 함께 자본시장 개방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란 관점에서 미국이나 유럽계 투자자들의 아시아 지역에 대한 상대적 선호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금리나 환율, 그리고 유가 등 주요 변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금년 하반기 기업실적 개선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면 외국인들은 빠르게 투자수위를 높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단기적으로 유동성 문제와 관련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 우선 미국시장 동향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미국 금리수준이 전반적으로 또 다시 높아 진다면 현재 상승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미국증시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본다. 기업이익증가율이 둔화되고 시장기대치보다 이자율 수준이 높게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주가는 조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OECD국가들의 경제전망이 아직은 밝은 편이어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증시가 불안해 지면 세계 유동성 위축 현실화에 대한 불안감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세계경기 전망에 대한 하향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결국, 대외투자도 빠르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 최근 한국증시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는
▲ PER 수준이 아시아증시 중에서 가장 낮고 자산가치나 현금흐름가치로 보아도 타 국가보다 저평가되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 싶다. 보편적인 목표 코스피 지수는 1500선이다. 모간스탠리 아시아/태평양 투자전략 자료에 의하면 코스피 지수 기준 한국시장의 2006년 예상 PER 수준은 8.2배로서 아시아지역 평균 13.3배보다 무려 30%가까이 저평가 되어 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한국주식의 매수를 권하는 외국증권사 자료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직은 주변여건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지켜보자는 의견이 더 우세한 것이다. 또한 저평가 정도에 비해 투자매력도가 낮다고 보고 있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지난 주와 비교해 변화한 점이 있다면 중소형 저평가 종목에 대한 매수의견도 나타나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투자의견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세계 유동성 위축에 대한 우려가 한국 시장에 줄 수 있는 영향은
▲ 한국과 중국에 대해서는 국내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금리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도 희박해 보이고 전반적인 은행대출 증가세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 규모가 큰 한국시장도 자유스러울 수는 없다. 상반기 중 기업실적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고 특별한 상승 모멘텀도 찾아 보기 힘들다. 앞으로 우리나라 증시도 유동성 변화에 더욱 민감해 질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증시에서 외국투자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악재는 정부가 국내 유동성 상황에 영향을 줄 만큼 시장 기대치 이상으로 금리수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외국인 대규모 매도를 촉발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로 생각된다. 최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금리 수준의 추가적 상향조정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자본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산업에 대한 의견 중 눈여겨 볼만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 철강과 휴대폰산업에 대한 의견이 평소보다 많은 편이다. 철강산업에 대한 의견은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부정적 시각은 중국시장의 공급과잉을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기대보다 제품가격 수준이 낮게 형성되고 있으며 특히, 냉연강판의 경우는 이미 가격이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일부 외국증권사 자료는 POSCO에 대해 매도추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산업의 주요 쟁점은 보조금 지급이다. 그러나, 관련 기업들의 마케팅 비용 증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그리 나쁜 시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업체간 경쟁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과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듯 하다.
투자플라자 ‘글로벌 마켓&스탁 이슈’는 매주 월요일 오전 8시15분에 방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