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수기자] 올해 보험업계의 특징은 `다양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웰빙`과 노후대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보험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투자` 개념이 가미된 변액보험이 증시호황과 함께 인기몰이에 나섰고, 보험업에 대한 규제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간의 장벽완화 등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기도 했다.
15년간 끌고왔던 생명보험사의 상장 문제도 중소형 보험사의 잇단 공모증자 성공과 함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는 모양새다. 손해보험사는 손해율 급등으로 자동차 부문의 영업이 크게 손상받았지만 장기보험시장이 새로운 대안을 떠오르면서 증시호황과 더불어 주가가 급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방카슈랑스·변액보험 `잘 나간다`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가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생명보험사 상품은 물론 손해보험사의 저축성 및 보장성 보험 판매가 은행 창구에서 소비자들이 손쉽게 선택하면서 초회보험료(첫 달에는 내는 보험료) 기준으로 방카슈랑스 상품이 전체 보험상품의 50%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 2004회계연도(2004년4월~2005년3월) 방카슈랑스의 초회보험료는 2조3318억원으로, 총 초회보험료(4조9961억원)의 46.7%를 차지했다. 20005회계연도 3분기까지도 1조417억원으로, 총 초회보험료(2조1245억원)의 49%에 이르렀다.
홈쇼핑 판매도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동양생명 등을 중심으로 GS홈쇼핑, 현대홈쇼핑, CJ홈쇼핑 등에 적극적인 공세를 펴면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증가세가 꾸준하다.
생보사 관계자는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설계사 조직을 극복할 수 있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방카슈랑스와 홈쇼핑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액보험의 경우도 과대광고 및 불완전판매 논란에도 불구, 꾸준한 신장세를 이어갔다. 증시호황에 따라 보험에다 투자의 개념을 합한 변액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 회계연도(2005년4월~2006년3월) 3분기까지의 변액보험 수입보험료는 3조4916억원으로, 이미 지난 2004회계연도 전체의 수입보험료(2조3789억원)을 1조원 이상 앞질렀다.
◇중소형 생보사 잇단 증자.. 상장 `발판` 마련
15년째 이어진 생보사 상장 논란이 올해에도 `입법화`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다시 일었지만 결국 다람쥐 쳇바퀴처럼 겉도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형사가 눈치만 보고 있는 사이에 중소형사들이 과감하게 상장 준비 작업이라 할 수 있는 일반공모방식의 증자에 성공하면서 상장 가능성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지난 9월 첫 테이프를 끊은 미래에셋생명이 `향후 정부의 상장 방침을 따른다`는 조건으로 1500억원의 증자를 실시했고, 이달 금호생명도 같은 조건으로 1020억원 규모의 증자를 성공리에 단행했다. 특히 금호생명의 경우 내부적으로 빠르면 오는 2007년 상반기에 증자와 관련한 모든 조건이 갖춰지기 때문에 정부의 방침만 선다면 바로 상장이 가능하고 보고 있어 사실상 상장에 대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이외에 신한생명의 경우에는 방법은 다르지만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와의 주식교환에 따라 사실상 우회적으로 상장한 상태다.
금호생명 관계자는 "정부당국도 중소형 생보사의 경우에는 대형 생보사와 다른 차원에서 상장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금호생명의 경우에는 상장 여건이 현 추세대로라면 당초보다 빨리 갖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상장문제의 당사자인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의 경우에는 대주주 자체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다 정부도 회사와 주주간의 이익 배분 문제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어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손보사, 車보험 밑지고 장기보험 `성장동력` 확인
올해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 부문에서는 `헛장사`를 했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손해율(지급보험금/보험료)이 손익분기점 수준인 72%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나, 올 하반기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주5일제 근무확대 시행, 8·15 교통법규 위반자 특별사면 등의 영향으로 교통사고가 증가하면서 손해율이 지난 10월에는 평균 78%로 뛰어올랐고, 지난 11월에는 80%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영업수익 악화의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장기보험의 경우에는 통합보험을 중심으로 꾸준히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 지난 2분기(7~9월) 장기상해보험, 재물보험, 저축성보험, 연금보험, 통합보험 등이 골고루 증가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5%나 늘어나면서 손해율은 1.4%p 떨어졌다. 장기보험 판매의 증가는 노령화에 대비한 상해 및 질병 등 장기보장성보험, 통합보험의 등장, 그리고 방카슈랑스를 통한 장기저축성 보험 등이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LG화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이 손해율 증가로 인해 실적이 나빠졌지만 장기보험이 약진하고 있어 손보사 실적이 견조한 상황"이라면서 "당분간 장기보험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보험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특히 손보사들은 보험업 규제완화 기대와 장기보험 실적호전, 그리고 증시호황 등에 힘입어 타업종에 비해 주가 상승폭이 컸던 점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화재가 연초 주당 8만원에서 이날 현재 12만6000원까지 올랐고, LG화재가 5700원에서 1만8200원으로 세배 이상 증가했고, 동부화재도 7700원에서 1만9400원으로 두배 이상 상승했다.
◇법규위반자 추가할증 `좌절`.. 카파라치 재도입 `고개`
감독당국과 보험업계가 사고예방 및 손실감소를 위해 내년 9월부터 교통법규위반자에 대한 보험료 할증률을 최대 30%까지 높일 계획이었으나, 여론의 반발로 사실상 중단됐다. 특히 신호위반과 과속의 경우, 모든 운전자들이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만 때문에 전면 백지화됐고, 무면허, 음주운전, 뺑소니 등의 경우에만 위반횟수와 관계없이 20% 할증하는 방향으로 입장이 정리되고 있다.
반면 지난 2002년말 폐지된 교통법규위반차량 적발에 대한 신고보상금제인 `카파라치` 제도를 일부 단점을 보완, `시민봉사단`이란 이름으로 재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신고꾼 기승과 불신감 조장이란 이유로 없어지긴 했지만, 그 효과가 매우 컸던 만큼 손보업계가 적극적으로 밀어부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