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교대역 부근의 한 부동산 학원. 오후 7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이 학원 강의실에서는 30~50대 투자자 30여명이 부지런히 필기까지 해가며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날 강의 과목은 ‘국토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 3개월짜리 ‘경매 과정’의 네 번째 수업시간이었다. 수강생들은 매주 월·수요일 또는 화·목요일 두 차례에 걸쳐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 강의를 듣고 있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칼리지 경만수 교수는 “30대는 직장인이 많고, 40~50대는 은퇴를 앞뒀거나 조기 퇴직한 이들이 주류를 이룬다”고 말했다.
8·31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은 침체 조짐이 역력하지만, 부동산 강좌나 학원으로 몰리는 이들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이 여전히 재테크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많은 데다, 8·31 대책으로 시장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부동산 교육의 필요성이 더 커진 때문이다.
◆지방 수요 겨냥한 사이버 강좌 활발
국내 부동산 관련 강좌나 교육프로그램은 전문가 양성을 위한 3~6개월짜리 장기프로그램과 초보자 대상의 1~3개월짜리 단기코스 등으로 대별된다. 주말 등을 이용한 특강이나 세미나, 직접 부동산 물건을 보면서 강의도 함께 들을 수 있는 버스 투어 등도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사이버 강좌가 활발하다. 경매 분야는 경매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지지옥션이 분야별로 10여개의 사이버 강좌를 열고 있다. 비용은 과목별로 7만원에서 20만원선이다. 공인중개사 시험 대비를 위한 사이버 강좌로는 랜드스파와 랜드스쿨의 공인중개사 과정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실무자 교육으로 유명한 LBA부동산경제연구소는 지난 9월부터 강의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전국으로 실시간 중계하는 서비스를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강의는 서울에서 벌어지지만 전국에서 800여명이 동시에 인터넷으로 이 강의를 듣고 있다고 연구소측은 밝혔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인 스피드뱅크도 내년 상반기 중 단기 특강을 인터넷 실시간 중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영진부동산아카데미 노철오 소장은 “사이버·동영상 강좌는 주로 지방 투자자들을 겨냥해 개설되고 있다”며 “서울까지 올라오지 않고도 유명 강사들의 강의를 인터넷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침체기에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는 경매 과정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도 최근의 달라진 현상이다. 경매는 시세보다 싼 가격에 토지나 주택 등을 매입할 수 있지만, 관련 법규나 경매 과정에 대한 충분한 지식 없이는 뛰어들기 힘들어 교육 수요가 큰 분야. 실제로 각 대학 사회교육원이나 평생교육원이 마련하고 있는 각종 부동산 강좌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강좌는 부동산 경·공매 컨설턴트 과정이라고 한다.
◆교육 비용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1회 개최되는 특강이나 버스 투어 등은 3만~7만원 정도이다. 1개월 전후의 초보자 대상 강의의 경우 15만~20만원 정도의 강의료를 받는다. 여기에는 1~2차례의 현장 투어비가 포함된다. 3개월 이상의 장기프로그램은 최소 5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강의료가 올라간다. 1000만원 이상의 고가 교육과정도 있다. 지난 29일 문을 연 부동산 전문 교육기관 ‘서울GG아카데미’의 부동산MBA 종합최고전문가 과정(1년)은 입학비와 수업료 등을 합쳐 비용이 1480만원이나 된다. 이 기관은 광운대 경영대학원과 산학협력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주의할 점
전문가들은 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자기 수요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택할 것을 권했다. 복잡한 전문지식이 필요 없는 일반 투자자들이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 전문가 과정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투자하려는 분야나 관심사에 대한 단기 특강 정도만 들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일부 강사 중엔 자신이 투자한 지역이나 물건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규동 스피드뱅크 교육팀장은 “무료 강좌 중엔 기획부동산 등에서 개설하는 강좌도 있다”며 “강의 중에 특정 지역 투자를 유도하는 데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