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월스트리트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친구다. 언젠가 한 번은 시장에서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인연으로 큰 사업을 함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영원한 친구는 없다. 아무리 절친한 관계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누가 나의 친구이고, 누가 나의 적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이 시장이다. 하물며 기업의 운명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다툼, M&A 전쟁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월가 역사상 가장 극적인 M&A 중 하나를 들라면 1988년 RJR나비스코 사례를 꼽을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월스트리트에는 기업 사냥꾼, 정크본드, LBO가 난무했다. 크고 작은 전투로 단련된 `선수들`은 마침내 수백억달러 규모의 전쟁을 치르게 된다. 엄청난 돈 앞에서 월가의 인간관계는 여지없이 본색을 드러냈다.
◇M&A 전성시대
1987년 10월 19일 `블랙 먼데이`이후 월가는 활로를 찾기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었다. 증권 브로커는 물론, 은행, 투자은행, 중소 규모의 부티크들은 수수료가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았다.
이 때 새로운 수익원으로 급부상한 것이 M&A다. 마이클 밀켄이 고안한 정크본드와 LBO(Leverage Buy Out)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점잖게 금융 본연의 업무에 충실했던 투자은행들이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M&A 시장에 하나 둘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현재 오라클과 피플소프트의 M&A 전쟁에 동원되고 있는 각종 전략과 법률 논쟁들도 대부분 이 당시에 고안된 것들이다.
월가가 M&A의 천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크본드와 LBO를 통해서 사실상 무한대의 자금을 끌어들여 얼마든지 높은 가격으로 기업 사냥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신용이 아니라, 앞으로 인수할 기업의 신용, 재정상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해서 채권을 발행하고, 이 돈으로 M&A를 하는 LBO는 얼핏 보면 `봉이 김선달` 식의 사기같기도 하다.
1980년대 미국은 LBO 열풍을 겪으면서 `죽을 기업`과 `살 기업`을 자연스럽게 솎아 낼 수 있었다. LBO에는 몇가지 원칙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gun-to-the-head` 전략이다. 극소수의 회사 관계자들과 투자은행이 기업 가치를 산정하고,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정한다. 일단 인수 가격이 정해지면, 해당 회사의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 검토할 만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해 전격적으로 M&A 제의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LBO는 M&A 제의 이후 3주 안에 결판이 났다. 만약 이 기간 내에 이사회로부터 동의를 받아내지 못하면 그 기업은 `게임의 대상`이 되고, 수많은 기업 사냥꾼으로부터 비슷한 제안을 받게 된다. 이 경우 최초의 LBO 입안자들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게 된다.
LBO는 필연적으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수반한다. M&A에 들어간 자금 자체가 차입금이기 때문에 이를 상환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사업을 매각하고, 대대적인 감원도 단행해야 한다. 경영진의 협조가 없으면 LBO가 성사되기 어렵다. 물론 적대적 M&A를 감행, 회사 자체를 공중 분해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나중에 정크본드와 LBO가 기업사냥, 기업약탈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월가는 멀쩡한(?) 기업들도 LBO의 제물로 삼곤했다. 미국 2위의 담배그룹 RJR나비스코 역시 그랬다.
◇이상한 LBO
RJR나비스코는 카멜, 윈스턴, 살렘 등의 담배로 유명한 RJ레이놀즈와 오레오 쿠키로 유명한 식품회사 나비스코가 합병된 기업이다.
RJR나비스코는 담배 회사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주식시장에서의 평가는 인색했다. CEO인 로스 존슨은 `연기없는 담배`를 만들어 담배 역사를 새롭게 쓰려고 했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았다. 연기없는 담배는 간접흡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혁명적인 아이디어였지만, 담배 특유의 구수한 맛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RJR은 그러나 엄청난 현금흐름을 자랑하는 탄탄한 기업이었다. 누구도 RJR을 M&A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 월가는 RJR의 막대한 현금을 보고, "이런 사업체를 사시죠, 저런 기업을 인수해보시죠"하며 끊임없이 추파를 던졌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RJR을 담배 회사와 식품 회사로 다시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가져오기도 했다. 또 다른 선수들은 존슨 등 경영진들이 RJR 자체를 인수한 후 분리 매각하는 LBO를 제안하기도 했다. LBO 업계의 선두주자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의 헨리 크라비스도 존슨에게 이같은 제안을 했었다.
존슨은 허영심이 많은 CEO였다. RJR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참을 수 없었다. 주가가 낮다고 하더라도 RJR의 사업에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RJR이 적대적 M&A의 제물이 될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이렇게 큰 기업을 경영진의 협조없이 먹어치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존슨은 마당발이었다. 그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그룹의 짐 로빈슨 회장과 친분이 두터웠다. 아멕스는 시어슨이라는 투자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당시 시어슨을 이끌고 있던 피터 코헨은 한 때 자신의 스승이었던 샌포드 웨일을 배신(?)하고 웨일이 아멕스에서 쫓겨나자, 시어슨의 CEO가 됐다.
시어슨도 다른 투자은행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수익원으로써 LBO 시장 진출을 꿈꾸고 있었다. 코헨은 존슨과 로빈스의 친분을 이용, 비교적 손쉽게 존슨에 접근할 수 있었다.
마침내 존슨은 시어슨과 손을 잡고, LBO를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시어슨이 LBO에 들어가는 자금을 대고, 존슨과 함께 RJR나비스크를 인수한 후, 담배 회사와 식품 회사를 분리 매각키로 했다. 시어슨은 구조조정 이후 RJR 주식이 재상장될 때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시어슨이 계산한 RJR나비스코의 가격은 주당 75달러. 176억달러 규모로 사상 최대 규모의 LBO로 기록될 터였다. 시어슨이 이번 건에 성공할 경우 LBO 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시어슨은 딜을 따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존슨과 이상한 계약을 맺는다. LBO는 필연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존슨은 사치스러운 CEO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LBO를 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특히 존슨과 그의 측근 경영진들은 RJR나비스코 주식 일부를 직접 인수하되, 그 인수 자금도, 최저 금리로 시어슨에서 대여받기를 원했다. 존슨은 자신이 부담할 리스크는 최소화한 채 RJR이라는 거대 기업을 사유화한 후, 구조조정을 거쳐, 주식을 재상장하고,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겠다는 속셈을 가지고 있었다.
시어슨의 코헨은 이런 계약이 분명히 LBO의 기본 룰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LBO 시장 진입을 위해 존슨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준다.
마침내 RJR 이사회는 존슨이 제시한 LBO를 검토키로 한다. `gun-to-the-head` 전략에 따르면 존슨은 이사회에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하면서 검토할 시간을 많이 줘서는 안된다. 그러나 RJR 이사회는 존슨의 제안을 검토할 중립 이사회를 구성하면서, LBO 제의가 들어왔음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말한다. 존슨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지만, `자신(경영자)을 빼놓고는 그 누구도 LBO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기 때문에 순순히 공개를 용인한다.
10월19일 RJR은 3분기 경영실적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RJR은 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존슨과 시어슨이 주도하는 LBO 계획을 언론에 발표한다.
◇친구와 적
RJR이 LBO 사실을 공개한 것은 목요일 아침. 월가는 벌집을 쑤셔 놓은 것 같았다. 코헨을 도와 시어슨에서 M&A를 총지휘하고 있는 톰 힐은 느긋하게 시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전 그의 동료 스티브 워터스를 밀어내고 현재의 자리에 앉았다. 워터스는 시어슨에서 당한 치욕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모건스탠리로 자리를 옮겼다.
RJR LBO 소식에 가장 크게 놀란 것은 KKR의 크라비스였다. 그는 LBO 아이디어를 존슨에게 알려준 것이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존슨은 당시에는 좋다 나쁘다 아무말도 않다가, 시어슨과 손을 잡고 자신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KKR은 명실공히 LBO 시장의 선두주자였다. 크라비스는 경영진의 협조없이 RJR을 인수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주당 75달러라는 가격도 너무 싸다고 생각했다.
두번째로 놀란 것은 M&A 부티크 와서스테인펠레라의 부르스 와서스테인이었다. 그는 RJR의 경쟁사인 필립모리스의 의뢰를 받아 식품회사인 크레프트를 공격 중이었다. 미국 1위 담배기업과 2위 담배기업이 동시에 M&A 재료를 터트린 것이다. 와서스테인은 RJR LBO가 필립모리스 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걱정하고 있었다.
정크본드의 본산 드렉셀에서 LBO를 담당하는 제프 벡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벡의 별명은 `미친 개`였다. 딜을 따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다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벡은 사상 최대의 LBO가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딜에 뛰어들어야 했다.
월가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이들은 서로를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딜에 따라 공격측 또는 방어측으로 갈리기는 했지만, 같은 시장 판에서 늘 얼굴을 맞대고 있는 사이였다. 때로는 같은 편으로 일했고, 때로는 적으로 부딪혔다. 새로운 딜에서 새로운 관계로 만나면 이전 딜에서 피아 관계는 무의미해진다. 오직 지금의 딜, 지금의 일거리에 주력했다. 이들은 적으로 만나서도, 은밀하게 정보를 교환하곤 했다. 절충점을 찾아내고, M&A 상대방과 면담을 주선하고, 협상을 이끌어내는 역할도 했다. 이들은 적이면서 동시에 친구였다.
톰 힐의 레이더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KKR의 크라비스가 심상치 않다는 정보였다. 사실 시어슨은 크라비스를 걱정했다. RJR이 `게임의 대상`이 됐을 때 주당 75달러 이상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크라비스뿐 이었다. 코헨은 힐의 경고를 무시했다.
금요일 힐은 크라비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그가 RJR에 관심이 있음을 알고, 코헨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코헨은 굳이 그를 만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힐의 간청에 못이겨 크라비스와 대면하게 된다.
둘 사이에는 뼈있는 말이 오갔다. `Barbarians at the Gate`라는 책에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헨리! 금요일 오후 6시에 여기서 뭐하고 있는건가? 스키 여행이라도 가야하는 거 아냐." 뒤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한 코헨이 말했다.
"그러게 말야. 피터. 그런데 자네도 여기에 있군." 크라비스가 답했다.
크라비스는 RJR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코헨은 이 딜은 우리의 딜이라고 주장했다. 크라비스는 그렇다면 지금부터 시어슨은 우리의 경쟁자라고 답했다. 코헨은 일전에 스키여행을 함께 하면서 나눴던 대화를 상기시켰다. 서로가 서로의 딜에 대해 관여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나?
크라비스는 "그런 협약을 맺은 기억은 없는데"라고 받아쳤다. 크라비스로서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LBO 시장에 진입하려는 투자은행이 한둘이 아니었다. 자신의 먹이에 손을 대는 것을 방관할 만큼 여유있는 시장이 아니다.
몇차례 설전이 오간 후, 코헨은 월요일 다시 만나서 이 딜을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이 뭔지 얘기하자고 제안한다. 크라비스는 속으로 "LBO가 어떤 것인지 코헨에게 한 수 가르쳐 주겠다"고 다짐하며 자리를 떴다.
◇Saturday Night Special
월가는 토요일, 일요일에도 일을 한다. 적이 예상하지 못하는 시간과 방향에서 공격하는 것이 병법의 기본이다. M&A도 같다. `Saturday Night Special`도 그런 전략이다. 나른한 토요일 오후 전격적으로 M&A 선언을 하는 것이다.
RJR나비스코 M&A 전쟁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크라비스는 월요일이면 너무 늦는다고 생각했다. 크라비스는 그날 밤으로 측근들을 불러모았다.
법률 자문을 맡아줄 리차드 비에티와 모건스탠리의 워터스, 드렉셀의 `미친 개` 제프 벡, 와서스테인펠레라의 부르스 와서스테인 등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왔다.
크라비스는 존슨과 이사회가 LBO에 신속하게 합의하는 것이 가장 걱정스러웠다. 문제는 시간이다. 크라비스는 신속이 생명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LBO 자금을 모아야했다. 수백억달러를 동원할 수 있는 은행은 시티뱅크, 매뉴팩춰러하노버트러스트, 뱅커스트러스트(BT) 셋 뿐이다. 정크본드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크라비스는 BT에 연락을 취했지만, 절망적인 답을 들었다. BT는 이미 시어슨에 돈을 대기로 했던 것. 토요일 오후까지도 시티와 하노버트러스트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때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법률 자문을 맡은 비에티에게 하노버트러스트의 한 인사가 전화를 걸어온 것. 사실 비에티가 소속돼 있는 로펌은 시어슨의 법률자문을 오랜동안 맡아왔다. 하노버트러스트는 시어슨과 접촉, RJR 딜에 참여하기를 원했는데, 주말이라 연락이 취해지지 않자, 비에티에게 연락을 한 것.
비에티는 "시어슨의 코헨 전화번호는 좀 찾아봐야한다"면서 "사실 KKR의 크라비스가 하노버트러스트와 할 얘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크라비스는 일요일 아침 일찍 하노버트러스트에 전화를 걸어서, RJR 인수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 시어슨이 아직 하노버트러스트까지는 손을 대지 않은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자금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크라비스는 어떤 전략을 구사할 것인지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M&A 자문을 맡은 모건스탠리, 드렉셀, 와서스테인 등은 RJR 이사회에 주당 75달러 이상을 제시하라고 조언했다. 최대 90달러까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시어슨보다 15달러나 많았다.
크라비스는 그러나 신중했다. 일단 가격을 높이면 시어슨도 그 이상의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인수 비용이 천정부지로 높아진다. 크라비스는 일요일 밤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월요일 아침.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즈 1면에 "KKR이 RJR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주당 90달러를 제시할 것"이라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린 것.
크라비스는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의 최측근 M&A 팀과 나눈 얘기가 어떻게 언론에 새어나갈 수 있단 말인가. 크라비스 자신만큼이나 시어슨과 존슨, RJR 이사진 등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기사을 보고 경악했다.
크라비스는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RJR 인수전 참여를 공식 발표할 수 밖에 없다"면서 기자회견을 자청한다. 본의 아니게 `Saturday Night Special`의 월요일 판 `Monday Morning Special` 카드를 쓴 셈이다.
크라비스는 동시에 기밀 누설자로 드렉셀의 벡을 지목했다. 벡은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펄펄 뛰었지만, 크라비스는 "더이상 드렉셀과는 일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선언한다.
크라비스는 그러나 언론에 사실을 흘린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바로 부르스 와서스테인. 크라비스는 지난 일요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외부로 건 전화 기록을 검토한 끝에 한 명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다른 한명은 뉴욕타임스에 `주당 90달러` 얘기를 전달한 것으로 확신했다.
드렉셀의 벡은 RJR 인수전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 언론을 이용했다. 그는 크라비스를 M&A 전쟁에 꼭 끌어들여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자신도 이 딜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와서스테인도 비슷한 이유다. 와서스테인은 필립모리스의 딜을 진행 중이었다. 만약 크라비스가 RJR을 공격하지 않으면 필립모리스의 딜에 끼어들 가능성이 농후했다. 와서스테인은 크라비스를 RJR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90달러 설`을 언론에 알렸다.
크라비스는 이후 RJR 인수를 마칠 때까지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그 어떤 측근과도 의논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역정보를 흘려서, 그것이 상대 편으로 넘어가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크라비스는 자신의 책사들까지도 믿지 않았다. 월가의 M&A 전쟁에서는 자기 자신 밖에는 믿을 사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