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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 싫지만 깊은 관계는 부담"…혼술바 찾는 MZ[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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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재 기자I 2026.07.31 05: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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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몰리는 청년들 下] '실패 없는 관계' 찾는 청년들 ③
느슨한 연대 찾는 MZ세대 혼술바에 몰려
"감정 소모 적고 복잡한 관계 맺을 필요 없어"
서울에만 90여 개 혼술바 영업중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권아인 수습기자] “전(前) 애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차단해야 할까요?”

지난 29일 오후 9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주점. 매장의 ‘디귿(ㄷ)’자 형태 테이블에 열 명 남짓한 손님들이 둘러앉았다. 대부분 2030 청년층이다. 과자 안주와 칵테일, 위스키 잔을 앞에 두고 말들이 술잔 사이를 오갔다.

이들은 서로를 모른다.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저 각자의 이야기를 꺼낼 뿐이다. 어색함도 잠시, 유리잔 속 칵테일이 줄어들고 그들의 이야기도 조금씩 무르익어간다. 회사에서 겪었던 일, 오래 끌어온 연애의 끝, 지쳐버린 서울살이까지 주제를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가 오간다. 중간중간 웃음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 사람이 말을 꺼내면 맞은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쪽에서는 비슷한 경험을 꺼내 거든다. 위로를 하겠다는 사람도, 해결책을 내놓겠다는 사람도 없다. 이야기가 테이블을 돌고 사라지면 또 다른 주제가 그 자리를 메우는 식이다. 느슨한 연대로 묶여있던 이들은 서로의 이름도 연락처도 모른 채 헤어진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혼술바를 찾은 청년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혼술바를 찾은 청년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혼술바’의 풍경이다. 혼자 마시는 술의 줄임말이 무색하게 혼술바는 혼자 방문한 손님들이 칵테일과 위스키 등을 마시며 낯선 이들과 부담 없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깊은 관계를 맺는 것엔 부담을 느끼지만, 고립감은 피하고 싶은’ MZ세대의 특성과 맞물려 입소문을 탔다. 현재 서울 지역에는 90여 개의 혼술바가 영업 중이다. 대부분 청년세대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 강남, 성수 지역에 몰려있다.

청년들이 혼술바를 찾는 이유는 외로움에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5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10~30대에선 10명 중 3명 꼴(30.3%~33.8%)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부산이 고향인 5년 차 직장인 허모(29·여) 씨는 올해 초부터 한 달에 2번 정도 을지로의 한 혼술바를 찾는다. 허씨는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친구는 몇 명 되지 않는다”며 “친구라도 차마 말 못 할 이야기도 있어 종종 외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혼술바에서는 모르는 사람들과 부담 없이 대화하고 속내를 터놓을 수 있어 자주 방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게스트하우스 파티나 동호회와 달리 혼술바는 ‘느슨한 연대’ 성격이 있다보니 에너지 소모가 크지 않고, 여러 관계를 맺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3년차 직장인 박모(30·남) 씨는 “혼술바는 내 신상을 밝히지 않고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부담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혼술바 유행에 대해 관계 맺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청년들이 한편으로는 느슨한 연대를 지향하는 복합적인 심리가 결합해 탄생한 것이라고 말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청년들은 복잡한 관계는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낯선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욕구나 필요도 가지고 있다”며 “낯선 사람과의 접촉, 우연한 만남 등에 대한 욕구가 있는 청년들이 혼술바에서의 체험을 소비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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