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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1년 10월 자녀를 사칭한 피싱범으로부터 “휴대폰 액정이 깨져서 수리비가 필요하다”는 문자를 받고는 피싱범이 안내하는 대로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피싱범은 A씨의 은행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 정보를 얻어낸 뒤 휴대전화에 원격조정 프로그램을 설치하고는 B씨의 계좌로 100만원을 송금했다. 이어 B씨의 계좌로 입금된 금액은 C카드사의 카드대금으로 자동결제됐다.
뒤늦게 피해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C카드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금원이 A씨의 피해금이라는 사실에 대해 카드사에게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A씨는 피싱범으로부터 송금을 받은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B씨의 행방을 알 수 없어 공시송달로 진행된 재판에서 법원은 “B씨 계좌에 송금된 돈을 B씨가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B씨가 모르는 사이에 입금된 돈이 카드대금으로 자동결제됐으므로 부당이득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공단 측은 “B씨는 자신이 사용한 카드대금 100만원의 채무를 면제받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도 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봤다. 대법원은 “B씨가 얻은 이익은 송금받은 돈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카드대금 채무를 면하게 된 것”이라며 “원심판결은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4차례 재판을 거쳐 2년반만에 100만원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B씨의 소재가 불분명한 만큼 실제 강제집행에 이르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1심부터 상고심에 이르기까지 A씨의 소송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김덕화 변호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A씨의 입장에서 100만원은 큰 돈”이라며 “재산명시 등을 통해 B씨의 재산이 확인되면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