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의 아시아 최초 소프라노인 박혜상(36)은 4년 만에 새 앨범 ‘숨’(BREATH)을 지난 2일 발매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갖게 된 죽음과 삶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담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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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상이 새 앨범의 아이디어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죽음을 대하는 사람이 겪는 감정의 변화를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었다. 2022년 8월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25일 동안 하루에 20~30㎞씩 걷기도 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할수록 스스로 우울해지면서 점점 동굴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박혜상에게 영감이 된 것은 세이킬로스의 비문이었다. 기원전 1~2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악보다.
“세이킬로스의 비문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어요. ‘살아 있는 동안 빛나라. 그대여, 결코 슬퍼하지 말아라.’ 이 구절을 보면서 순간 힐링이 됐어요. 세이킬로스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앨범 주제를 ‘살아 있는 동안 빛나자’로 정하게 됐어요.”
‘숨’이라는 앨범 타이틀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꾼 꿈에서 영감을 얻었다. 산꼭대기에서 신비한 에너지를 느끼는 내용의 꿈이었다. 박혜상은 “꿈에 산에서 내려와 물에 들어갔는데, 그전까지 흑백이던 풍경이 형형색색으로 바뀌었다. 꿈속에서 산을 내려와 물속에 들어갔는데, 그전까지 흑백이던 풍경이 형형색색의 광경으로 바뀌었다”며 “죽을 수도 있는 물속에서 숨을 쉬며 살아 있음을 느낀 꿈의 경험이 너무 소중해서 앨범 타이틀을 정했고, 앨범 커버도 수중 촬영으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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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우효원의 한국 가곡 ‘어이 가리’도 담았다. 전통 현악기 아쟁 연주에 박혜상의 목소리를 얹어 상례(喪禮) 음악을 레퀴엠(진혼곡)으로 풀어냈다. 박혜상은 “저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한국 가곡을 많이 부르고 싶고 한국 가곡을 부를 때마다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박혜상은 2015년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 준우승과 관객상, 같은 해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콩쿠르에서 자르주엘라(스페니시 아리아) 여성 부문 2위를 수상한 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베를린 국립오페라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소프라노다. 2020년 아시아 소프라노로서는 최초로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체결해 주목을 받았다.
오는 13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지휘자 김건과 디토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며 소리꾼 고영열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박혜상은 “매 공연 누군가의 영혼이 내 안에 들어왔다 나가는 느낌을 받는데, 이번엔 세이킬로스의 영혼에 빙의된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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