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헌법 위배 ‘노란봉투법’…파업 피해 더 커질 것"

김응열 기자I 2023.05.24 10:03:32

‘노란봉투법’ 직회부 앞두고 전경련, 보고서 발간…부작용 조목조목 지적
“노동쟁의 개념, 조직 통폐합 등 경영상 조치로 확대…파업 더 많아진다”
“파업 피해 입은 기업, 손해배상 책임 물을 길 없어…가해자 보호 법안”
“노란봉투법 확대할 사용자 개념 모호… 불특정 다수 형사범 양산할 것”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노동조합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일부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24일 국회 본회의 직회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계가 불특정 다수 형사범 양산, 파업 일상화 등을 우려하며 공세에 나섰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사옥.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4일 노조법 개정안 입법시 예상되는 문제점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의 문제점’ 보고서를 냈다.

노조법 개정안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전경련은 노조법 개정안 입법시 파업이 지금보다 더 만연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쟁의 개념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하는데, 임금인상이나 단체협약 체결 등 이익분쟁은 물론 이미 확정된 권리에 관한 해석과 실현 관련 분쟁, 이른바 권리분쟁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된다.

이 경우 사업조직 통폐합, 구조조정 등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상 조치도 파업 대상이 될 수 있다. 노조가 임금, 근로시간, 해고 등 근로조건에 영향을 준다는 명분으로 이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경영악화를 막기 위한 구조조정이나 합병 등 경영상 결단은 노사 간 이견이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아울러 전경련은 해고자 복직, 단체협약 미이행 등 사법 구제절차로 해결해야 할 권리분쟁 사안에서도 파업을 해결수단으로 활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도 우리나라는 잦은 파업으로 피해가 큰데, 노조법 개정안 입법에 따른 파업 증가와 경제적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비판이다.

또 전경련은 위법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산정시 쟁의행위에 가담한 조합원 개별 기여도를 고려하도록 한 노조법 개정안이 가해자를 보호하는 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민법은 개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집단적 불법행위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연대책임을 인정하고 있는데 노조법 개정안이 노조 활동의 연대책임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사용자가 파업 손실에 대한 개별 조합원의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유일한 대응수단인 손해배상청구마저 무력화되는 결과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황효정 고용노동부 과장, 최홍기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 김영문 전북대 명예교수,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 김대환 일자리연대 상임대표, 김강식 한국항공대 교수,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전경련은 노조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도 있다고 봤다.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를 넘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한다.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판단 기준이 모호해 산업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란 게 전경련 우려다.

전경련은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수많은 원하청 관계로 이루어진 산업현장에서 교섭의무, 교섭노조 단일화 등에 관한 소모적인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며 “노사관계 질서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전에 특정할 수 없는 다수의 경제주체가 노조법상 사용자 의무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노사 간 이견이 발생하면 파업으로 이어지는 일이 잦아질 것이고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국내기업들의 투자뿐만 아니라, 해외기업들의 직접투자에도 큰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회는 노조법 개정안이 가져올 경제적·사회적 부작용을 고려해 입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