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백신 맞아 천하무적'…핼러윈은 코로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김대연 기자I 2021.10.31 17:55:12

11월 위드 코로나 앞둔 곳곳 초밀착 '핼러윈 파티'
"백신 맞아 천하무적"…노마스크·'다닥다닥' 이동
가게들은 '만석·만석'…드디어 웃음 띠는 자영업자
밤 10시 이후 경찰 단속…들뜬 시민 막기는 역부족

[이데일리 김대연 조민정 기자] “백신 맞아서 천하무적이에요. 이제 무서울 것도 없고 핼러윈 데이인데 즐겨야죠!”

핼러윈 데이를 맞이한 지난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과 홍대 일대는 축제를 즐기기 위한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인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확산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시민들은 머지않은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핼러윈 데이를 하루 앞둔 지난 10월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은 축제를 즐기기 위한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백신 맞아 천하무적”…‘핼러윈’에 코로나는 잊혔다

핼러윈 데이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난 30일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는 축제를 즐기려는 젊은층로 들썩였다. 오후 6시가 되자마자 이태원은 지하철역부터 매우 혼잡한 상태였다. 마스크를 꼭 써달라는 안내 방송이 이어졌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기 위한 시민들의 긴 행렬은 놀이공원 대기 줄 못지않았다.

식당과 주점이 몰린 좁은 골목에서는 단 한 걸음조차 발걸음을 이동하기 어려웠고, 사람들과 끊임없이 부딪히기 일쑤였다. 최근 전 세계적 인기를 휩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드라큘라·호박·슈퍼 마리오·스파이더맨·텔레토비·마블 캐릭터 등 각양각색 캐릭터로 분장한 시민들이 거리를 빼곡히 메웠다. 친구·연인 단위뿐 아니라 가족끼리 놀러 온 시민들도 많았고, ‘겨울왕국’ 엘사나 슈퍼맨 옷을 입은 어린이들도 있었다. 거리 한쪽에서는 페이스 페인팅과 달고나 만들기도 한창이었다.

음식점과 술집 앞은 줄이 길게 늘어져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는 실종된 모습이었다. 영업시간 제한은 내달 1일 오전 5시부터 해제되지만, 분위기는 이미 코로나19가 끝난 듯했다. 거리에 울려 퍼지는 Maroon 5의 ‘Sugar’에 맞춰 춤을 추거나 서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연인과 ‘오징어 게임’ 복장을 하고 이태원에 방문한 김모(24·여)씨는 “물론 코로나가 걱정이 되지만 마스크 잘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핼러윈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A씨는 “백신 맞아서 천하무적”이라며 “치명률도 낮고 위드 코로나 이틀 먼저 즐긴다고 문제가 되겠느냐”며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바빴다.

대부분 방문객이 마스크를 썼지만, 거리 곳곳에는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거나 ‘노마스크’나 ‘턱스크(턱에 마스크를 걸친 상태)’를 한 채 담배를 피우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이들도 많았다. 뿌연 담배 연기가 골목을 메우자 일부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렸고 재빨리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모(28·여)씨는 “핼러윈 분위기는 내고 싶은데 사람들이 미어터져서 경리단길로 간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같은 시각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도 이태원과 마찬가지로 핼러윈을 즐기기 위한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거의 모든 음식점과 술집이 만석이라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포차 앞에서 이성 간 ‘헌팅’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가게에서 크게 튼 음악에 떼창을 하는 등 마치 콘서트장에 온 듯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음식점 안은 물 밀듯이 들어오는 주문 탓에 흡사 전쟁통을 방불케 했지만 자영업자들은 이제 살 것 같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마포구 서교동의 한 포차 직원은 “핼러윈이라 손님들이 많이 오신 것 같다”며 “지금도 10팀 넘게 대기 중이라 이 인원이 언제 빠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신없이 일해 옷이 땀에 흠뻑 젖은 40대 사장님도 “자리가 한정돼 매출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매일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며 “주말에 원래 사람이 많기는 한데 오늘이 평소보다 1.5배 많은 것 같다”고 웃었다.

핼러윈 데이를 하루 앞둔 지난 10월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은 축제를 즐기기 위한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영상=김대연 기자)
◇밤 10시 이후 경찰 단속 역부족…일부 시민은 조롱까지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으로 밤 10시가 되자 거리에는 인파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이날 홍대 인근에는 마포경찰서·지구대·경찰기동대 등 약 180명의 단속 인력이 계도에 동원됐다. 서울시도 핼러윈 데이 주간인 내달 2일까지 12개 기관과 협력해 합동 점검·단속을 벌인다.

이날 경찰이 일제히 호루라기를 불며 귀가 조처하고, 골목 곳곳을 돌아다니며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등 단속에 박차를 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들뜬 취객들은 아쉬운 마음에 삼삼오오 모여 인도 주변을 배회하거나 인적이 드문 골목 구석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으려 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29일에 이어 30일도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단속했다”며 “시민들의 안전한 통행로를 확보하고, 거리에 앉아 술을 마시는 이들을 해산시키고 계도했다”고 말했다.

핼러윈 데이를 앞둔 지난 10월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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