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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상공인연합회의 추락, 지도부가 책임져야

김호준 기자I 2020.07.26 14:43:00

'춤판 워크숍'으로 혼란한 법정 경제단체 소상공인연합회
연합회 노조, 배동욱 회장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고발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 활동할 수 있나" 쓴소리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실에 ‘중소벤처기업부 2020년 현장 점검’ 팻말이 붙어 있다. (사진=김호준 기자)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어떤 단체나 기관도 소상공인연합회와 사업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지난주 만난 한 소상공인연합회 사무국 직원은 “그간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했지만, 이제는 조직의 위상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춤판 워크숍’ 논란으로 소상공인들을 분노케 한 법정 경제단체 소상공인연합회가 표류하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 및 보호법’에 따라 2014년 설립된 소상공인연합회는 ‘700만 소상공인의 권익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단체다. 매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30억원가량 예산을 받아 소상공인 지원 관련 사업을 수행한다.

무엇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그간 최저임금 인상 저지 투쟁과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인하, 상가임대차보호법, 소상공인기본법 등 소상공인 문제 해결에 가장 앞장선 단체였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맡았던 최승재 전 회장은 국회로 진출해 소상공인들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소상공인연합회가 개최한 워크숍에서 걸그룹을 불러 춤판, 술판을 벌이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자 그간의 노력은 한꺼번에 물거품이 될 위기다. 여기에 소상공인연합회 노동조합은 올해 4월 취임한 배동욱 회장이 가족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최근에는 배 회장이 국고 보조금으로 가족과 호텔 스위트룸에서 숙박하고, 노조 활동까지 탄압한다고 주장하면서 배 회장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소상공인연합회의 ‘소상공인 권익 향상’ 역할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사용자 측으로 참여한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동결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민주노총으로부터 “부도덕한 행위로 언론을 달구고 있다”는 핀잔만 들으며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소상공인연합회 한 정회원은 “이런 상황에서 연합회가 소상공인을 위해 무슨 활동을 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법정 경제단체’ 소상공인연합회 지도부의 ‘결자해지’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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